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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ARM 전격 인수한 日 손정의, 미래 IoT 세상 지배할까?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영국 IT 산업에 슬픈 날이다” (허만 하우저 ARM 창립자)

“10년 후에는 싸게 샀다고 말할 것” (손정의 소프트방크 사장)

지난 18일 깜짝 발표된 소프트방크의 ARM 인수와 관련한 엇갈린 반응이다. 자신이 만든 회사를 일본에게 넘겨준 영국 창업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애통한 마음을, 또 인수에 성공한 일본의 IT 거물은 남는 장사에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폰 AP(메인 프로세서) 엑시노스, 애플의 A칩, 그리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등 세계적으로 난다긴다 하는 스마트폰의 두뇌에는 모두 ARM의 반도체 설계 지적 자산(IP)이 깔려있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은 ARM의 IP를 돈 주고 사서, 자신만의 반도체 설계도를 완성하고, 이를 삼성전자나 대만 TSMC, 인텔 같은 파운드리, 즉 반도체 공장에서 찍어낸다. ARM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반도체를 만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전 세계에 41억개의 스마트폰 및 스마트 기기용 칩이 만들어졌고, 반이 넘는 곳에 ARM의 IP 자산이 사용됐다. ARM이 이렇게 벌어드린 로열티도 같은 기간 전체 사용료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손정의 사장이 밝힌 ARM의 인수 목적은 겉으로 나타난 눈 앞의 사용료를 넘어 미래를 향하고 있다. 손 사장은 “지금까지 투자도 패러다임 변화 초입에 결정했다”며 “다음 패러다임은 사물인터넷(IoT)”이라고 설명했다. ARM의 다양한 반도체 설계 IP 자산이 다양한 사물인터넷 시스템과 기기를 만드는데 핵심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ARM은 독자적인 사물인터넷 운영체제인 mbed OS를 개발해 기업들이 ARM 기반 칩을 선택함으로써 각종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이미 기반을 완성한 상태다.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영국 IT 산업에 슬픈 날”이라며 ARM 매각에 슬퍼한 창업자 하우저는 “영국은 차세대 스마트폰을 넘어 사물인터넷까지 아우를 수 있는 핵심 고리를 끊어버렸다”고 ARM이 사물인터넷 시대 가진 가치를 간접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EU 탈퇴, 브랙시트 이후 첫 대규모 M&A라는 눈 앞의 경제적 가치만을 고려해 “영국이 EU를 떠나서도 성공적으로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소식”이라고 ARM 매각에 환호성을 지른 영국 정부 대변인의 단견도 함께 비판했다.


일본 소프트방크의 ARM 인수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는 우리 반도체 업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다양한 반도체 설계 회사와 거래하는 ARM의 비지니스 모델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ARM을 배제하고 스마트폰, 또는 이런저런 용도의 반도체를 못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과 비용의 낭비는 불가피하다”는 말로 이번 M&A의 영향력을 표현했다. 이미 다양한 사물인터넷, ICT 관련 자회사를 직접 거느리거나 투자하고 있는 일본 소프트방크의 핵심으로 들어간 ARM이 여타 회사들에게는 미래의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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