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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왜?]포퓰리즘 통로 된 SNS…21세기형 ‘대중독재’ 만들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터키를 덮친 군부 쿠테타가 6시간만에 무위로 끝난 데에는 소셜네트워크(SNS)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쿠테타에 반발해 달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인터넷 페이스타임에 시민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발적 후원무사를 자처했다. 잇달은 막말과 기행으로 사람들의 눈총을 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는 트위터와 SNS계정을 통해 백인 노동자들을 하나로 모았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독선적인 언동에도 SNS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아랍의 봄’을 이끌며 민주주의를 위한 ‘만병통치약’으로 떠올랐던 SNS가 극단주의자들의 홍보수단으로 떠오르며 포퓰리즘의 통로가 되고 있다. 특히 듣고 싶은 말만 듣는 SNS 이용의 편향성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트럼프와 같은 ‘대중독재’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 SNS와 포퓰리즘= 2008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SNS는 이번에는 트럼프라는 정계 아웃사이더를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등극시켰다. SNS라는 참여형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은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기성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은 깊어졌다. SNS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량이 방대해진 만큼 기성 정치인들의 실책도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 트럼프와 두테르테는 각각 미국과 필리핀 정계에서 ‘이단아’라고 불렸지만 ‘강한 지도자’로서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과 변혁을 외친 이들은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대중이 스스로 독재를 선택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분노의 메신저’가 된 SNS= SNS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지나지 않는다. SNS 기술 자체에 민주주의적 특성이 내재하고 있지만, 충분한 사고(思顧)없는 감정적인 SNS이용은 ‘대중에 의한 극단주의 혹은 독재주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셀레팍 교수는 터키 쿠데타에 대해 “자극적인 정보에 움직이는 SNS이용자들은 페이스타임으로 지지를 호소한 에르도안의 손을 들어줬다”며 “SNS를 통해 얼마나 빨리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느냐가 정치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TV나 라디오 등 기존 대중매체를 이용한 ‘정보 공유’에 앞서 SNS를 통한 ‘감성 공유’가 정치공학에 중요한 변수로 자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SNS가 전달하는 감정의 폭발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방송은 “이탈파 지도자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면 잔류파들은 거시적인 경제지표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옥스포드 인터넷 연구소가 브렉시트를 논쟁하는 인스타그램 이용자(영국인) 1만5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이탈파에 대한 지지가 훨씬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뱌체슬라브 폴렌스키 옥스포드 인터넷 연구소 연구원은 “브렉시트 지지자들은SNS이용자들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반면, EU 잔류파들은 그러하지 못했다”며 “이탈파들이 지지파보다 SNS 상에서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SNS, 독재자들의 ‘친구’가 된 이유는= SNS는 본래 혁명의 도구였지만 정보의 흐름이 억압받는 곳에서는 ‘선동의 도구’다. 개헌을 통해 임기를 연장하고 독재의 길을 밟고 있는 에르도안은 그동안 터키 국민의 SNS 이용을 통제했지만, SNS를 통해 쿠데타를 진압하고 자신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자신을 비판하는 글은 철저히 검열하는 대신 푸근한 이미지를 강조한 홍보 글을 꾸준히 게시하며 SNS를 자신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바 구니치키 토론토 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SNS가 영리한 독재자들의 체제 유지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NS에 올라오는 의견을 반발의견은 잠재우는 대신, 정보가 범람한 SNS공간에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정보를 흘려 여론의 결집을 막거나 지지기반을 마련하는 데 활용한다는 것이다.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터넷 공장’을 만들어 SNS에 하루 100개 이상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 지지자임을 밝히지 않은 채 미국 등 서구 국가를 비판하거나 야당 지도자들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끊임없이 올렸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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