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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박정희 前대통령의 ‘온천 별장’
서울에서 차로 넉넉히 두 시간쯤 달리면 닿는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기곡리 도로변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입간판이 있다. ‘박대통령 별장’이라는 파란색 큰 글씨 밑에 찜질방 모텔이라는 흐릿한 글자가 초라하게 적혀 있다. 최고권력자의 별장과 모텔의 포스트모더니즘적 컬래버래이션인가 하는 의문이 5년 전 그 곳을 지날 때 선명했다.

정체 파악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온천ㆍ찜찔방ㆍ모텔이 복합된 낡은 건물이 본체이고, 바로 앞에 단층으로 지어진 주택이 의문의 ‘별장’이었다. 외벽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온천수로 사우나를 이용했던 별장이라는 설명이 적힌 플래카드가 있다. 

별장 주인은 본체 건물을 소유한 온천의 대표라고 한다. IMF 때 경매로 사들였다고 하니 박 전 대통령의 정식 별장으론 공인받지 못한 것이다. 안엔 침실 거실 서재 사랑방 사우나 등이 갖춰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방 시찰을 하고 상 경할 때 종종 이 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썼던 방도 그대로 보존된 걸로 전해진다.

충남도의회의 한 의원이 최근 이 별장을 문화재로 등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이 서거 몇 시간 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덧붙여진다. 1979년 10월 26일 삽교천 방조제 개막식을 마치고 박 전 대통령은 이 별장에서 온천욕을 한 뒤 서울로 이동해 궁정동 안가에서 최후를 맞았다는 류(類)다. 당장 우상화 논란도 나온다고 하니 그 곳이 문화재가 되기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충남 도고온천 단지 안에 있는 한 온천 소유의 박정희 전 대통령 별장 외관. [사진출처=도고별장 스파피아 홈페이지]

다 제쳐두고 동양의 4대 온천 중 하나라는 도고온천은 수질은 최고라고 할 만한데, 지역이 장기간 소외돼 있는 건 맞는 듯하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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