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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병국, 서청원에게 시 한 수…“만족함을 알았으면 그만하라”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새누리당 주요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5선)이 장고(長考)에 빠진 서청원 의원에게 시 한 수를 보냈다.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원인 제공자를 자처하는 대신, 8선의 원로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그 안에 담았다. 현재 서 의원은 최경환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으로 구심점을 잃은 친박(親박근혜)계로부터 ‘구원투수 등판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혁신을 위한 전당대회를 다시 구태 계파 다툼으로 만들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는 상태다.

정 의원은 15일 오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국민과 당원은 새누리당의 진정한 반성과 혁신을 원한다”며 “그럼에도 특정계파는 당권장악을 위해 강압적 후보정리를 시도하고, 출마시점을 저울질하며 언론플레이를 통해 시간 끌기와 간 보기를 하는 전형적인 구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박계의 당 대표 경선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서 의원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라는 시구를 서 의원에게 보냈다.

이 시는 612년 고구려 영양왕 당시 을지문덕 장군이 수(隋)나라의 적장 우중문에게 보낸 명문이다. 당시 을지문덕 장군은 고구려를 침공한 수나라 우중문 군에게 일부러 수차례 패배하며 평양성 30리 밖까지 유인한 바 있다. 적을 유리한 고지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이후 을지문덕 장군은 우중문에게 “그대의 신묘한 재주는 천문에 구하고 묘산은 지리에 통하였으며 전승의 공은 이미 높았으니 만족함을 알았으면 그치기를 원한다”는 시를 보내 희롱했다. 적의 전략을 높이 사는 듯 칭찬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뻔한 계책을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그만하라’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정 의원 역시 이날 시구 뒤에 “당원과 국민들은 더 이상 당원과 국민을 ‘간’ 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서 선배님께 충정을 담아 한시 한 수를 올린다.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갑질하는 새누리당을 엄중히 심판한 4ㆍ13 총선의 민심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 의원은 사실상 당 대표 경선 출마 의지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이른바 ‘서청원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당 대표 경선ㆍ최고위원 불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서 의원은 이르면 오는 17일을 전후해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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