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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경비원 ②] “죽으란 법만은 없죠, 주민께서 보너스 주니 힘 생깁니다”
-경비원 외주 대신 직영 고용…상생 택한 아파트 주목

-“갑질없는 우리 아파트…사람들이 딴 세상이라네요”

-“경비원도 가족” 30년간 해고 없어…고용 ‘안전지대’

-계절 휴가에 명절 보너스까지…“소속감에 의욕 충전”

-“주민이 십시일반 보너스 주니 감사…일할 맛 납니다”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1. 경비원 A 씨는 최근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이 아파트에서 일한 지 11개월 째, 동료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A 씨는 “먼저 온 경비원들도 12개월이 넘기 전에 잘렸다”면서 “퇴직금을 주기 싫은 경비원 외주 업체가 1년을 채우기 전에 해고한다는 말이 들린다”고 털어놨다.

#2. 경비원 B 씨에게 1년에 한번 찾아오는 근무 계약일은 그저 형식적인 날 일 뿐이다. 10년 넘게 해고 걱정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그는 “여기서는 경비원들을 힘들게 하는 갑질이란 게 어떤 건지 모른다”고 했다. B 씨는 “곧 다가올 여름 휴가계획 생각 뿐”이라며 “주민들이 선물로 준 휴가비를 어떻게 써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경비원도 다 같은 경비원이 아니다. 주민이 먼저 상생의 손을 내밀자 경비원들이 신바람을 내는 곳이 있다. 최저임금 협상으로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생’을 택한 아파트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곳의 경비원들은 고용불안과 주민들의 갑질은 딴 세상 이야기다.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에 있는 응봉 대림 1차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이시한(64) 씨. 이 씨의 고민은 고용불안이 아닌 ‘주민들과 더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에만 쏠려 있다.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에 있는 응봉 대림 1차 아파트는 경비 업무의 모든 내용을 입주자 대표회의와 경비원들의 회의로 정한다. 이곳의 경비원들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직접 고용한다. 30년간 외주 업체가 따로 경비원을 관리한 적이 없었다.

16일 이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서 만난 박준환 아파트 관리소장은 “외주를 주면 신경 쓸 일이 줄고 돈 부담도 가벼워지겠지만, 경비원을 벼랑으로 내몰 수는 없었다”며 “경비원은 함께 사는 가족이란 말에 주민들이 뜻을 모았다”고 직접고용 이유를 밝혔다.

현재 아파트에서 일을 하는 23명의 직영 경비원 중 지난 30년간 아파트로부터 해고당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오히려 주민 배려로 정년 60세를 넘겨도 촉탁직으로 다시 채용될 정도다.

이 아파트 7동 일대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이시한(64) 씨는 정년 후에도 촉탁직으로 돌아온 경비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경비원들 사이가 이렇게 좋은 곳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도 이사간 주민들에게 안부 전화가 오기도 한다”며 보람을 전했다.

실제 입주자 대표회의와 855세대의 주민, 경비원들은 매달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소장은 “간혹 주민과 경비원 사이에 생기는 오해는 다른 주민이 나서서 중재할 정도”라며 “업체가 있어 개입됐다면 더 안 좋게 끝났을 일도 ‘한 가족’이란 마음으로 모두 화해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가족 대우’에 경비원들도 의욕이 솟는다는 반응이다. 이 경비원은 “휴가ㆍ명절이 되면 주민들이 돈을 모아 차비로 쓰라고 전해주기도 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11개월 해고’ 같은 고용불안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과 더 잘 지낼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아파트가 위치한 성동구는 지난해 4월 경비원 고용 안정 협약에 이어 이번달 공동주택 청렴문화 실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아파트 경비원 복지에 정평이 나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동구 관계자는 “이번 아파트 같은 모범 사례를 참고해 구가 진행하는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을 이끌어가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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