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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관치에 멍드는 주력산업] 부채율 7300%에도 혈세지원조선부실 키운 금융관치
정부는 빅딜설로 시장교란만
책임소재 가릴 시스템 절실



추락하는 조선(造船)업에 날개가 있을까. 한때 글로벌 1위를 자랑하던 우리 조선업계가 위기를 빠져나올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조선3사의 엔지니어 이탈은 계속되고, 노동자들은 회사의 구조조정 안에 반대해 파업 카드로 맞서고 있다.

조선업이 침몰 위기에 처한 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방만한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쟁’이 아닌 ‘보호논리’로 일관해온 정부와 금융당국의 안이함 때문이다. ‘밑빠진 독에 혈세 붓기’에 조선산업은 오히려 더 멍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에만 5조원이 이상의 적자를 냈다. 부채비율 7300%로 시장 원리대로라면 이미 문을 닫았어야 할 기업이다. 이 회사에서는 2012년부터 2014년사이 5조4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도 벌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같은 회계 조작은 경영진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산업은행이 정한 목표 실적에 맞춰 성과급을 타내기 위해 예정원가를 줄이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부풀려 꿰어 맞춨다. 지난해 10월말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이같은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이 지적됐지만 참석자들은 이를 알고도 국민 혈세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한 서별관회의에서 자신이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로 스스로가 관치의 폐단을 만천하에 공개하기도 했다.

역시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금 지원을 받고도 38개월 만에 결국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한 STX조선해양도 관치금융과 정치인의 개입 등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과 노조 등 표를 의식해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정치권과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사망 선고’를 받은 부실기업을 채권단 지원으로 연명시킨 금융당국이 책임이 가장 무겁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국영 대우조선해양의 실패에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을 향한 정부의 강제적인 구조조정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의 경제와 기술력을 갖춘 이들 민간 회사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업황 불황을 극복하고 고용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단기 지원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러가지 빅딜설을 흘리며 시장을 교란하고 지배하려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반도체, 통신 시장의 빅딜 실패가 21세기 조선산업에서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런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의 도를 넘은 관치를 막기 위해서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관치금융 구조 아래에서는 아무도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려 들지 않고 자기 임기 동안 사안을 덮어두고 문제가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유인이 크다”며 “이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STX조선과 같은 사례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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