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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주차 ‘요우커 버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택가·아파트단지·스쿨존까지…‘요우커 버스’ 천하
최근 수년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의 이른바 ‘왕서방 머니’를 유치하기 위한 사후면세점이 우후죽순처럼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 및 주택가 밀집지역은 물론 초ㆍ중ㆍ고등학교가 위치한 스쿨존까지 사후면세점이 들어서며 주민들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13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주택가. 이곳엔 성난 학부모와 주민 100여명이 ‘사후면세점’ 건축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사후면세점에서부터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엔 서울 염리초등학교가 위치한 이곳은 스쿨존이다보니 어린 학생들의 통행이 많은 곳이다. 왕복 2차로의 좁은 골목은 5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 정문과 연결돼 오가는 주민들의 수도 적지 않다.

때문에 공사현장을 오가는 대형 차량은 물론 사후면세점 개장 후 중국인 관광객(요우커ㆍ游客)을 실어나를 대형 버스들이 집결하며 학생과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권이 침해될 우려가 제기됐다.

시위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사후면세점을 짓겠다고 알려졌던 지난해 주민과 학부모의 반발에 업체가 건축 규모를 축소하고 대형 상업시설 만들지 않겠다 약속했지만, 완공 시점이 다가오자 약속을 뒤집고 사후면세점 영업을 하겠다고 나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대에선 최근 사후 면세점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 여러 곳에서 발생 중이다. 마포구 상암동에선 옛 할인마트 자리에 들어서는 사후면세점에 반대해 주변에 위치한 상암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 서대문구청 앞에서는 학부모로 구성된 연희맘비상대책위원회라는 단체에서 사후면세점 신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일 벌이고 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마포구와 서대문구는 서울 시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사후면세점을 설립하려는 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후면세점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스쿨존이나 주택가에 위치한 사후면세점에 요우커를 실어나르는 대형버스의 통행량이 늘고, 인도 등에 불법주차하면서 아이들의 등하교길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연희동 주민이라는 김모(52ㆍ여) 씨는 “교통체증은 물론이고 흡연, 노상방뇨, 소란 등 (중국인) 관광객의 추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사후면세점은 올해부터 정부가 매장에서 물건을 산 뒤 바로 세금을 환급해주는 ‘즉시환급제’를 도입하며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고만 하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누구나 장사할 수 있는 등 진입장벽도 낮다. 지난 2012년 전국 3303개, 서울 1684개였던 사후면세점은 2015년말 전국 1만2077개, 서울 5756개로 3~4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갈등이 높아지고 있지만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 현행 법령상 결격 사유가 없을 경우 모두 등록해 주도록 돼 있다는 것이 국세청 측의 설명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학부모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등하교길 안전 및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 등으로 민원을 많이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스쿨존을 포함한 일반노면에 버스를 주차할 경우에는 즉시 출동해 주차단속을 하고 있다”며 “과태료 5만원 이상의 제재가 힘든 상황에서 이런 손해마저도 감수하고 요우커를 실어 나르는 것이 이익이라 여기는 업주들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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