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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해묵은 ‘퀄컴세(稅)’ 논란
스마트폰 제조회사들 사이에서 오래 전 부터 회자되는 말 가운데 ‘퀄컴세(稅)’라는 게 있다.

미국의 스마트폰 칩셋 제조회사인 퀄컴에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국내외 스마트폰 회사들이 지불하는 일종의 특허 사용료(로열티)를 빗대서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동시에 제조회사들과 퀄컴 사이의 깊은 갈등의 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1985년 군사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무명 벤처기업이던 퀄컴은 1989년 개발한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방식의 통신기술을 개발하면서 포함해 3세대와 4세대 LTE 통신분야를 포함해 다수의 표준특허를 갖게 됐고 국내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은 퀄컴의 칩셋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들은 퀄컴의 특허권 남용으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주장을 해 왔다. 그 때마다 퀄컴은 업계의 관행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맞서 왔다.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두 진영의 대립은 오는 2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정에서 결판이 나게 됐다.

공정위 사무국은 지난해 11월 퀄컴에 보낸 심사보고서에서 퀄컴의 특허 정책이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표준특허로 인정되면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조항을 따라야 하는 데 퀄컴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칩셋 제조사에게 특허의 제조권과 판매권만 주고 사용권은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주는 퀄컴의 특허 정책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퀄컴이 특허 사용료를 통신 칩셋 가격이 아닌 휴대폰 가격을 기준으로 매긴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업체들은 퀄컴에 칩셋 기준이 아닌 스마트폰 판매 가격 기준으로 제품가격의 5%를 로열티로내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퀄컴에 지불하는 ‘퀄컴세(稅)’만 연간 수조 원에 이른다는 게 제조사들의 얘기다. 통신칩셋 기준의 로열티보다 더 많은 금액의 로열티를 받기 위한 퀄컴의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퀄컴은 그러나 “특허 라이센싱 관행은 20년 가까이 유지해 온 것으로 국내외 이동통신업계의 성장을 촉진시켰던 합법적이고 경쟁 친화적 활동”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공정위의 최종 ‘심판’ 결과에 따라 퀄컴의 특허 매출과 제조사들의 특허 비용 구조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은행들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담합건 심결 과정에서 공정위는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망신’을 사기도 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 의혹을 낳기도 했다. 이번 심판을 앞두고서는 국민 정서법에 기댄 결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공정위의 ‘공정’한 심판만이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해법이기 때문이다.

최상현 산업섹션 IT팀장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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