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新관치에 멍드는 주력산업] 오심이 반복되면 게임 자체가 사라진다
[헤럴드경제=윤재섭ㆍ최정호 기자]“심판이 경기를 지배한다”

올해 관중 80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프로야구 팬들이 종종 내뱉는 불만이다. 어이없는 심판의 오심은 불만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오심의 피해가 심판진에게 돌아가면 다행이련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 심판진은 ‘오심도 게임의 일부’라며 넘기면 끝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과 관객에게 돌아간다. 승리를 위해 땅방울을 쏟았던 선수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금쪽같은 시간과 몇만원을 투자해 즐겁게 경기를 관람하려했던 팬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이런 오심이 반복되면, 프로야구가 설 곳은 없다.

심판의 오심은 비단 대중 오락인 야구판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생존을 걸고 매 순간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과, 경쟁 속에 만들어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만드는 시장경제에서도 정부라는 심판이 내린 오심을 종종 볼 수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올바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룰을 만들어 관리 감독하는 정부는 시장경제에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오심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정부는 재앙 그 자체다.

긴 불황의 터널에서 정부가 경제를 지배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심판은 지루하게 늘어지는 게임을 보다 활기차게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선다고 항변하지만, 지나친 개입으로 경기 자체를 망치기 일쑤다.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기업 간 사업재편을 가로막은 때문이다. 경쟁활성화에 이바지해야 할 공정위가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외환위기 직후 정부 주도 하에 이뤄진 반도체의 강제 빅딜과 동반 부실, 면세점 인허가 과정에서 나온 수천명의 실업자, 전세 기간 의무 연장 조치 후 폭등한 전세 가격, 게임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게임 진흥 정책 등은 우리 역사의 일부다. 최근 10여년 새 우리 주변에서 정부의 오심과 오판이 만든 비극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의 신속한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명 원샷법이 오는 8월 본격 시행되더라도 정부의 규제와 경쟁제한 행위, 불필요한 개입과 간섭을 통칭하는 이른바 ‘신 관치’가 지속되는 한 기대했던 사업재편 성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원샷법 적용 대상을 대기업(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제외한 공급과잉 업종 기업으로만 한정함으로써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한 기업의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조선업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면서 국민에게 수조원의 혈세를 지불하도록 한 게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예다.

2014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에서 발표된 ‘영화산업 발전단계를 바탕으로 본 문화콘텐츠산업의 정부개입과 산업 성숙도의 연관성’이란 논문은 정부의 시장 개입 폐단을 논리적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정책개입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려는 노력이 이루어지는 경우, 기업들은 자생적인 움직임 보다는 정부의 권고사항에 맞춰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만 하면서, 성숙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자유경쟁구조를 열어두기 시작한 단계부터 한국영화산업은 빠른 성장을 진행 해갈 수 있게 됐다”는게 이 논문의 골자다. 과거 한국영화 보호와 발전을 명분으로 정부가 만든 ‘스크린쿼터’와 ‘일본 문화 수입 금지’라는 개입이 사라진 후 오히려 ‘한류’가 탄생한 현실을 해석한 것이다.

바타차리아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는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 열린 한미재무학회(KAFA) 주최 국제콘퍼런스에서 “시장에 규칙이 너무 많으면 기업경영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규제와 간섭을 줄이겠다 하면서도 결코 실천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력이 되새겨야 할 말이다.

i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