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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이 된 ‘굿’…예술과 접신하다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나티보스’ 15~17일 예술의전당서 세계 초연
-벨기에 리에주극장과 공동제작 …11~12월 프랑스ㆍ벨기에 등 공연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조상신이 나리셨어. 금전 운이 텄구나. 너는 칠성장군님이 나리셨어. 아들을 많이 낳는 자식운이 텄구나. 좋다 좋아. 허어허어어~”

무대 위 4명의 무용수. 소리하는 남자가 이들을 하나씩 보며 말한다. 마치 점집을 찾은 손님들을 맞이한 무당같다. 소리꾼이 자리에 앉고 장구를 잡는다. ‘제의’가 시작됐다.

한 무용수가 몸을 꿈틀대기 시작한다. “으으”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조상신, 칠성장군과 접신이라도 하는 듯한 움직임이다. 한쪽에선 가부좌를 튼 무용수. 다른 무용수는 손을 비는 모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 ‘나티보스’ 연습장면.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장구, 동해안장구, 징, 방징, 그리고 피아노. 화성을 덜어낸 악기들은 타악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뿐이다. 의미를 걷어낸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날 것의 몸짓, 혹은 몸부림이다.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이 세계 초연하는 ‘나티보스(Nativosㆍ15~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다. 벨기에 현대무용의 자존심으로 일컬어지는 ‘리에주극장’과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안무를 맡은 건 애슐린 파롤린(40) 리에주극장 상주 안무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현재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 무용계가 주목하는 파롤린은 올해 현대무용 거장 피나 바우쉬(1940∼2009)의 ‘피나 바우쉬 재단’ 펠로십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립현대무용단 ‘나티보스’ 연습장면.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연극, 음악, 무용, 넓게는 현대미술까지, 많은 예술가들이 한국의 전통 ‘굿’을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의 질량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한국의 굿은 “그동안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모든 관념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는(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나티보스’는 굿을 소재로 한 최근의 퍼포밍아트(Performing art)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안무가 파롤린은 자신의 전작 ‘Heretics(이단자들)’에서 최면을 거는 듯한 현혹적인 움직임의 반향을 끌어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 아이디어를 심화시켰다.

전작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샤머니즘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의 굿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을 오가며 경기 지역의 내림굿을 본 경험을 작품에 녹였다. 파롤린은 “그동안 경험한 샤머니즘 의식 가운데 가장 풍요롭고 다채로웠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샤머니즘적 톤을 가미하기 위해 한국의 전통 타악 연주를 끌어들였다. 무용수 4명도 한국, 말레이시아에서 직접 선발했다.

스페인어 ‘나티보스’는 영어로 ‘네이티브(Native)’, 우리말로는 토박이나 토착적인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파롤린의 ‘나티보스’는 이러한 나티보스에 대한 반작용이다. 모순, 혹은 ‘반대되는 것’들의 작업을 즐긴다는 그는 경계를 구분짓는 나티보스에 질문을 던진다. 유럽이든, 남미든, 한국이든, 나티보스를 규정하는 개념이나 관념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짜 ‘원형’인지를 묻는다.

‘나티보스’는 한국에 이어 오는 11~12월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에서 투어 공연을 갖는다. 유럽 관객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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