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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끼리끼리 ‘패거리’ 문화가 성폭력 범죄 키운다
국민대·고려대·서울대등
단톡방통해 잇단 상습 성희롱
폐쇄공간 그릇된 신뢰관계 큰 문제



고려대에 이어 한달 사이에 서울대에서도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여학생들을 성희롱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불감증이다. 여학생들의 신체를 성적 대상화해 평가하고 몰래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등 성폭력적인 행동에도 정작 채팅방 안 가해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이를 두고 폐쇄된 집단 안에서 가지는 그릇된 신뢰 관계가 가해자들을 범죄에 무감각해지게 만들었다는 견해가 나온다.

“가슴은 D컵이지만 얼굴은 별로니 봉지를 씌워서 하자”, “씹던 껌 성애자 단물 다 빠진 게 좋노”, “이 가슴 진짜일까, 논평 좀 해봐라” 등 지난 2월 국민대를 시작으로 고려대, 서울대까지 논란이 된 카카오톡 채팅 내용에 피해자들과 대다수 학생 사회는 경악했다.

사건 직후, 이중적인 가해 남학생들의 모습 뒤에는 폐쇄적인 ‘끼리끼리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세 학교 모두 폐쇄된 내부 집단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구성원들이 범죄 인식에 무뎌진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문화’의 문제는 대학 채팅방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중은 개ㆍ돼지다”라는 실언으로 파면 결정이 내려진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사태도 ‘끼리끼리 문화’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평했다. 평소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술자리 실언도 크게 보면 상대방과의 잘못된 신뢰관계가 만들어낸 ‘끼리끼리 문화’의 단면이라는 것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나 기획관의 실언도 서울대 채팅방 성희롱 건과 다르지 않다”며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실언도 폐쇄적 내부집단에 대한 신뢰가 발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친밀한 내부 집단 사이에서는 자신이 범죄를 저질러도 서로 보호해주고 눈감아줄 것이라는 그릇된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며 “실언을 하면서도 외부로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잘못을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현석 순천향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내부자들 사이에서 범죄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고 서로 범죄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채팅방 성희롱 사건이나 ‘개ㆍ돼지’ 발언 모두 평소 갖고 있던 그릇된 생각이 신뢰 관계 속에서 표출된 경우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술이나 채팅방 때문에 마음에 없던 말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며 “우리 사회 안에서 윤리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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