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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 목숨도 소중” 주장을 막아선 두가지 편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올해 백인이 소수 인종보다 경찰 총에 더 많이 맞았다.” - 마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폭스뉴스 인터뷰

“흑인 사회에 너무 많은 폭력이 있다. 실제 위협은 경찰이 아니라 다른 흑인 아이들이다.” -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美 CBS 방송

미국에서 지난주 두 명의 흑인이 경찰의 총에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면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난 가운데, 허커비 주지사나 줄리아니 시장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경찰이 흑인을 다루는 데 특별한 차별이 없으며, 흑인이 더 강경한 진압을 받는다고 느껴지는 것은 폭력적인 범죄를 많이 저지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실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공무 수행 중인 경찰에게 총을 맞아 사망한 백인은 732명으로 흑인(381명)에 비해 2배 가량 높았다.

그러나 WP는 전체 인구에서 각 인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흑인이 총을 맞고 사망한 빈도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백인은 미국 전체 인구에서 62% 가량을 차지하는 반면, 흑인은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구 비율을 반영해 계산하면 흑인이 백인보다 2.5배 정도 높은 빈도로 경찰 총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전혀 무장을 하고 있지 않은 흑인의 경우 백인보다 5배 정도 높은 빈도로 경찰 총에 목숨을 잃는 것으로 계산됐다.

물론 줄리아니 전 시장의 말처럼 흑인이 인구는 더 적을지라도 폭력적인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기 때문에 경찰이 강경 대응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 미 연방수사국(FBI)의 2009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75개 대도시에서 발생한 범죄 중 흑인이 저지른 것은 강도의 경우 62%, 살인 57%, 폭행 45%에 달했다.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밖에 안되는데,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 것이다.

헤더 맥 도널드라는 보수 연구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블랙 라이브스 매터의 신화’라는 칼럼에서 “소수 인종 집단에 그런 폭력 범죄가 집중된다는 것은, 경찰관 역시 그들 집단을 상대할 때 무장하거나 저항하는 용의자를 만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경찰관이 ‘치명적인 힘’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단체들은 폭력적인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것과 경찰관에게 총을 맞아 죽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이 2015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인종별 범죄율과 경찰에게 살해당하는 비율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경찰활동 평등을 위한 센터(Center for Policing Equity)’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도 인종별 범죄율을 반영하더라도 흑인이 백인보다 더 강경한 제압을 당한다고 결론내렸다. 또 WP의 데이터를 바탕으로한 다른 연구에서는 경찰의 총격에 죽은 흑인은 백인에 비해 경찰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경향이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루시빌 대학에서 범죄정의를 연구하고 있는 저스틴 닉스는 “무장하지 않은 누군가가 경찰에 의해 총을 맞고 죽을 것인지 아닌지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은 그가 흑인이냐, 아니냐다. 범죄라는 변수는 중요하지 않다”라며 경찰이 흑인을 마주쳤을 때 흑인은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다는 편견 때문에 더욱 강경한 대응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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