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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운동부 ‘엽기 가혹행위’ 벌금형…이례적 선처 vs 합리적 처분 ‘팽팽’
-법원, ‘상습 구타ㆍ가혹행위’ 고교 사이클선수 2명에 각각 벌금 2000만원, 2500만원형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운동부 후배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가혹행위를 한 사이클 선수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례적인 선처라는 지적과 소년범임을 고려한 합리적 처분이라는 법조계의 주장이 엇갈린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 한재봉)는 강제추행ㆍ공동상해ㆍ공동강요ㆍ강요ㆍ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사이클 선수 A(19) 군과 B(19) 군에게 각각 벌금 2500만원과 2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대구의 한 체육고등학교에 다니던 A 씨와 B 씨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선후배 사이 기강을 바로잡는다며 사이클부 후배들을 때리고 가혹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운동부 후배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가혹행위를 한 사이클 선수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례적인 선처라는 지적과 소년범임을 고려한 합리적 처분이라는 법조계의 주장이 엇갈린다. 사진은 가혹행위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DB]

이들은 가위바위보에 진 후배의 옷을 벗기고 신체 특정 부위에 스프레이형 파스를 뿌리는 등 ‘엽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배 C 군과 D 군에게는 청양고추 등을 잔뜩 넣은 상추쌈을 만들어 먹이는 ‘음식고문’도 자행했다. 후배의 신체를 더듬거나 중요부위에 청소기를 들이대는 등 추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에게 한쪽 귀를 맞은 후배 D 군은 전치 1개월의 신경성 난청을 앓기도 했다.

재판부는 “범행으로 피해자 C 군이 사이클 선수의 꿈을 접고 전학을 가는 등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커다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동시에 재판부는 이같은 범행이 A 군과 B 군만의 잘못이 아닌 운동부 내 악습이 대물림된 결과라고 봤다. 재판부는 “성적을 최우선시하는 학교 스포츠문화와 체육지도자들의 ‘스포츠 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 등으로 운동부내 폭력이 대물림되고 있다”며 “A 군 등은 오랫동안 선배들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폭행을 당하다가 상급생이 되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후배들에게 폭력을 답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A 군이 청소년 국가대표를 지냈고 B 군은 10여개 사이클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해 장래 유망한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학이나 지자체에 소속돼 활동하지 않으면 선수 생명을 유지하기 힘든 사이클 종목 특성상, 이번에 한해 A군 등에게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 군등이 범행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점, 초범인 점,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됐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만으로도 A 군 등의 재범을 방지할 수 있고 공개명령으로 이들이 입을 불이익과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등 이유로 이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말라고 결정했다.

성범죄사건을 전문으로 수임하는 E 변호사는 “집단폭행과 추행이라는 죄명에 비해 벌금형은 이례적”이라며 “비슷한 사건의 경우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도 많고, 합의가 안될 경우 구속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선수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감형하는 것은 피고인의 이익만 고려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수임하는 F 변호사는 “피해자가 청소년이고 초범인 점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2000만원 역시 벌금형으로 적은 금액은 아니다“고 했다. 



yeah@he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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