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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改憲’을 위한 아베의 10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헌법 개정 발의 정족수인 3분의 2 달성을 위해 걸린 시간은 10년이다. 2007년부터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 아베 총리는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안 발의 정족수인 3분의 2를 확보한 데 이어 11일 참의원까지 장악했다. 

아베가 이끄는 개헌 세력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뽑는 121석 중 77석을 확보했다. 선거를 치르지 않은 개헌세력의 의석 수까지 합치면 참의원 개헌발의 정족수인 161석을 차지했다. 

▶ 아베와 우익세력의 염원, '개헌'=
“자주헌법을 제정하는 것은 독립을 회복하는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관방장관이었던 아베는 2006년 자서전에 이같이 밝히고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평화헌법의 전면개정 △근본적 교육개혁 △사회적 약자의 재기를 3대 공약으로 내세워 자민당의 총재 겸 일본 총리직에 올랐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개헌세력은 지난 1945년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연합국 최고사령부(GHQ)에 의해 구축된 ‘전쟁과 군사 보유를 포기한다’는 일본 헌법제 9조(이른바 ‘평화헌법’)의 내용을 없애야 한다고 여긴다. 군사 보유는 국가 고유의 주권이자 ‘보통국가’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보통국가론’이다. 

[그래픽=문재연 기자]

▶ 체계적인 ‘여론몰이’?…윤리교육 부활시킨 아베 =

아베는 집권 직후 개헌파 양성을 위한 인식 교육에 돌입했다. 2007년 아베는 출범 직후 일본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해야 한다는 근거로 교육설치법을 개정해 ‘윤리 교육’을 부활시켰다. 또, ‘일본을 되찾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직접 윤리교육 프로젝트를 펼쳤다. 

아베가 말하는 ‘윤리’는 단순한 윤리가 아니었다. 아베가 말한 ‘윤리’는 1890년 일본 ‘천황제’를 중심으로 신민의 충성과 복종을 강조한 ‘교육칙어’를 뜻했다. 아사히 신문과 교도통신, 그리고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의 진보매체들은 “애국심은 내셔널리즘과 엄연히 다르다”라며 “아베가 내건 ‘일본을 되찾자’ 움직임은 일본 전통교육이라기보단 근대교육이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기에 아베 총리는 국민투표법을 제정했다. 국민투표법은 헌법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수속 절차를 다룬 법이다. 이때 중의원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설치기구인 ‘헌법 심사회’에 대한 규정이 탄생했다. 아베는 국민투표법을 마련해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아베 총리가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기 전인 2007년 4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58%의 응답자가 개헌에 찬성했다. 2016년 6월 기준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응답자 비중은 전체의 37%였다.

▶ 아베, 개헌 위한 법ㆍ제도 마련…안 되면 ‘헌법 해석’ㆍ‘인사 개편’으로 극복=

2007년부터 현재까지 아베 내각은 개헌을 위해 단계적인 법 개정에 착수했다. 2007년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하는 방위청 설치법을 개정하고 2014년 ‘무기수출 3원칙’을 전면개정한 ‘방위장비 이전 원칙’을 마련했다. 2015년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무기수출을 위해 방위장비청을 출범시켰다.

자위대 관련 법도 단계적으로 해석 영역을 넓혔다. 2007년 아베 내각은 자위대특별조치법을 개정해 이라크 등 국제분쟁 지역에서의 일본 자위대 파견 일정을 연장했다.

2014년 7월, 아베 내각은 국무회의를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의 결정문을 의결했다. 자위대 창설 6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해당 결정문은 “일본도 주권국으로서 집단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힌 이전까지의 내각 답변서를 뒤집었다.

아베 총리는 “급박한 사태, 부정적인 침해에 대처하는 경우로 제한된다”는 기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해석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이라는 문구를 이용해 적용범위를 넓혔다. 아베 내각은 해석변경의 명분을 갖기 위해 내각 법제국 장관직에 ‘개헌파’로 꼽히는 고(故) 고마쓰 이치로 전 외무성 국제법국장을 기용했다. 내각법제국 내부의 반발을 막으려고 인사도 개편했다. 

[사진=도요케이자이신문]


내각법제국은 아베 내각의 해석변경에 대한 심의를 하루 만에 끝냈다. 내각법제국은 ‘의견 없음’이라고 이의를 달지 않았다. 지난해 안보법 제ㆍ개정안 11개가 성립됐을 때도 내각법제국은 여당과 나눈 대화록을 남기지 않고, 외부의 자문도 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해 안보 법제를 성립시킨 지 사흘 만에 자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와 부친 아베 신타로의 묘가 있는 후쿠오카의 후지 공원묘지를 찾아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묘지 앞에서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삶을 지키기 위한 법적 기반이 정비된 것을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 중국 ‘자극’ㆍ 미 ‘동맹강화’로 국제사회서 집단 자위권 행사 명분 확보=

일본은 미국과의 끈끈한 동맹을 기반으로 자위권 행사 명분을 확보해 나갔다. 중국의 위협으로 자위권 주장의 정당성을 마련했다. 아베 총리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강경노선은 동북아 정세에서 일본이 ‘준 패권국’으로서 거듭날 명분을 마련하게 했다. 중국의 득세를 우려한 미국은 일본 편에 섰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군사장악력과 경제력이 약해진 사이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준 패권국’으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지난해 4월 미ㆍ일 안보협력지침을 개정해 자위대가 전 세계로 활동범위를 넓혀 미국을 후방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일본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들을 대상으로 방위장비 이전 협정을 체결해 중국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4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과의 우발적 무력충돌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아무리 경제적 연계가 강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시사한 적이 있다. 2년이 지난 올해 6월, 일본과 중국 전투기들은 동중국해 상공에서 무력충돌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을 벌였다.

첨예해진 갈등 속에서 미국은 일본의 든든한 지원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실라 스미스 일본 전문가는아베 내각의 개헌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일본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며 내심 미ㆍ중 패권경쟁에서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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