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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빌라→초고층 주상복합→타운하우스로 ‘눈부신 진화’
한남동 유엔빌리지가 효시
80년대이후 청담동 빌라촌각광
2001년 도곡 타워팰리스 화제



“청담동 며느리 아닌 트레이닝복 좋아하는 한남동 며느리예요.”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결혼한 한 여배우는 자신의 소탈한 스탈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부촌(富村)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예인들을 비롯해 고객 자산가들이 사는 곳인 만큼 주택도 유행을 선도하고 고급스럽다.

고급주택은 시대에 따라 단독에서 빌라로, 다시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노선을 달리했다. 최근에는 서울 외곽과 경기도권 타운하우스에 재벌과 연예인들이 둥지를 틀었다. 청담동, 한남동, 성북동 등 지명이 가진 상징성은 여전하지만 부촌의 지도는 천천히 바뀐 셈이다.

고급주택은 넓은 대지에 거주자의 생활수준이 높고 주거환경이 양호한 집을 말한다. 뛰어난 입지와 높은 거래금액은 당연하다. 1980년 이전까지 고급주택은 단독주택과 다세대가 대다수였다. 입지로는 한남동 유엔빌리지가 고급주택가의 시초로 꼽힌다. 1950년대 말 외국인 기술자들을 위한 집단 거주지로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유명세를 이어오고 있다.

청담동의 고급빌라촌은 1980년 이후 형성됐다. 효성빌라 준공의 의미가 컸다. 1982년 당시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복복층과 넓은 주차장, 고급자재 등 혁신설계가 적용됐다. 이후 강남구 일대에는 방배, 진흥, 중앙 등 고급빌라가 잇따랐다. ‘빌라’라는 명칭이 일반 연립ㆍ다세대로 퍼진 시기도 이 때다.

2000년대 청담동 고급빌라의 명성은 대우로얄카운티(1차 1999년 입주)에서 상지리츠빌카일룸(2차 2006년 입주)로 옮겨왔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조영남, 임세령, 한채영 등 연예인과 재벌가 사람들이 청담동에 거주한다”며 “최고 70억을 호가하지만, 거래 자체가 은밀해 단순히 돈이 많다고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2001년 지어진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빌라에 치우쳤던 고급주택 판도를 바꿨다. 완공 당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가장 비싼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초기 삼성 계열사 임원을 비롯해 연예인, 중소기업 오너들이 입주했다. 이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며 초고층 주상복합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늘에 가까운 높이와 면적은 재력의 크기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건설사들은 앞다퉈 타워형 아파트를 설계하고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한 주상복합을 선보였다.

초고층 주상복합의 인기 하락은 태생적으로 ‘갇힌 공간’에 있었다. 삭막한 도심에 밀집된 분위기는 범죄로 이어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들만의 리그란 인식은 진입장벽을 높이고 여유로운 삶과 거리를 멀게 했다. 일부 상류층은 교외로 벗어났다. 벽을 기준으로 단독주택을 붙인 ‘타운하우스’가 뜨기 시작한 이유다.

타운하우스는 넓은 대지면적에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 레저시설을 설치해 입주민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경기 성남시 J공인중개소 대표는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공간을 찾는 추세는 은퇴를 앞둔 상류층 연령대와 관계가 깊다”며 “도심 접근성과 프라이버시가 확보된 타운하우스 특성상 구조와 입지에 따른 시세 상승은 상상이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SK건설이 서판교 운준동 산운마을에 공급한 ‘판교산운 아펠바움’ 분양가는 면적별로 40~80억원대에 책정됐다. 이후 LIG건설이 성북동에 지은 ‘LIG 게이트힐즈 성북’은 55억원의 높은 몸값으로 최상위층을 겨냥했다. 배경은 달라졌지만, 가격보다 가치를 중요시하는 고가주택 특성은 그대로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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