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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세인 몰락에도 오지 않은 ‘이라크의 봄’…테러ㆍ경제난ㆍ리더십의 부재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바라던 ‘이라크의 봄’은 오지 않았다. 사담 후세인의 몰락 후 이라크인들은 새로운 시대를 기대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통만이 계속됐다. 테러는 일상이 됐고, 경제난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도층의 무능과 부패가 흔들리는 이라크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어려움 속에서 그나마 국민들을 지탱해줬던 ‘희망’ 마저도 더는 갖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일상이 된 테러…차량 폭탄 테러도 일부일 뿐=전 세계를 놀라게 한 차량 폭탄 테러도 이라크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 보기 어렵다. 2003년 후세인 실각 이후 이라크는 끊임없이 테러에 시달렸다.

대규모 테러 발생 건수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2004년 100명 이상이 사망한 테러가 5건에 이른다. 2007년까지 100명 이상 사망한 테러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일어났다.

2010년 이후 비교적 수그러들다가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IS의 등장으로 이라크의 다시금 전쟁통과 같은 상황이 된다. 이라크군이 IS에 축출에 박차를 가할수록 민간인들은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올해 5월 IS의 차량 폭탄 테러 3건으로 94명이 사망하고 지난 3일(현지시간)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의 사망자 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급격히 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사망자 수가 25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늘 죽음의 문턱 앞에 살아야 하는 이라크인들은 또 한 번의 대규모 테러로 분노의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만이 이라크인들의 희망을 빼앗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다…계속되는 경제난=빈발하는 테러 속 목숨을 부지해도 먹고 살기 힘들어 삶이 고달프다. 경제난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공습 중에 당시 10살이었던 여자 형제를 잃고, 부친마저 2년 후 폭탄에 세상을 떠난 빌랄 다퍼는 “2년 전에 졸업했는데 일자리가 없다. 어머니와 남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고 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다퍼의 호소에는 열악한 이라크의 상황이 반영돼 있다.

테러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이를 막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이라크 국민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IS격퇴에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해 재정이 열악해졌다. 설상가상으로 하락한 유가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국고는 더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부의 지원으로 근근이 살림을 지탱해 나가고 있다. 이라크는 지난해 11월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정책 관리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지난 5월 IMF로부터 54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3년 만기로 지원받기로 했다. 최근 6년 사이 세 번째 IMF의 자금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위기 타개할 리더십의 부재…무능ㆍ부패의 정치인과 군대=그러나 위기를 타개할 리더십은 부재하다. 이라크인들에게 정치인들은 부패의 온상이다. 군대도 믿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힘든 시기를 지나도 긍정적인 미래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못한다.

이번 차량 폭탄 테러에 국민들은 총리에게 돌과 신발을 던지며 울분을 터뜨렸다. 부패하고 무능한 당국 때문에 치안이 악화된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치렀다는 것이다.

이번 차량 테러 사건 후 도마에 오른 ‘가짜 폭탄 탐지기’가 여전히 회수되지 않았던 것도 지도부의 무능 때문이었다. 탐지기가 가짜임이 밝혀진 이후에도 내무부 관리들은 이 장비가 폭발물질에서 나는 악취를 감지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라크인들의 분노에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정부가 영국산 가짜 폭탄탐지기를 구매한 배경에 부정부패가 있는지 수사를 재개하도록 지시한 상태다.

부패는 국가로 흘러가야 할 돈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다. 지난 3월 쿠르드계 매체 루다우에 따르면 이라크청렴위원회(ICI)는 해외로 불법 반출된 24조원가량의 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ICI는 지난해 10월 바그다드 법원에서 전직 장관 10명에 대해 수백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IS를 척결하고 국민을 지켜야 할 이라크군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군인’을 만들어 내 급여를 가로챘다. 2014년 말 이라크 정부는 군을 감찰한 결과 이런 유령병사가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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