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관광객 600만시대
#. 지난 달 택시기사 김(71) 모 씨는 서울 명동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태웠다가 억울한 오해를 샀다. 신림동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들의 목적지가 신설동인 것을 알게 됐다. 김 씨는 “가는 곳이 신림동인 것을 재차 확인했는데 중국인들이 착각한 것 같다”며 “괜히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부당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됐다”고 했다. 이어 “정확한 동네 이름은 물론 기본 의사소통도 할 줄 모르는 이들의 어눌한 말에만 의존하니 어쩔 수 없었다”며 “외국인도 최소한 공부는 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씁쓸해했다.
#.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성(26ㆍ여) 모 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길을 물어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녀는 중국 지도를 들고 중국어를 하는 관광객 앞에서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관광객은 내 앞에서 한참을 말하다 실망한 표정으로 떠났다”며 “영어였다면 도움이 됐겠지만 중국어는 전혀 모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막무가내 중국어’로 인해 불쾌함을 호소하는 서울 시민이 늘고 있다. 금연구역에서 특권이라도 얻은 듯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중국인들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도시경제 활력에 일조하는 이들 관광객이 한편으론 한국을 아직도 중국의 속국(屬國)으로 여겨 과도한 친절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 1323만1651명 중 598만4170명(약 45.2%)은 중국인 관광객이다. 4명 가운데 1명은 국내 소비로 275만원을 쓰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커 무시하지 못할 상황이다.
중국인 관광객 다수는 서울관광에서 의사소통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연구원이 내놓은 ‘서울시 기초관광환경 실태모니터링’을 보면 2014년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불편하다고 응답한 항목은 언어소통(13.2%)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의 이같은 반응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시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기본적인 언어ㆍ지역 이름 등도 공부하지 않고 와서 의사소통을 문제삼는 일부 ‘예의없는’ 중국인의 태도에 눈살이 찌푸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중국인 관광객과 관련해 “한국어는 바라지도 않을 테니 최소한 기본 영어는 익히고 오라”는 글에 1700여개 ‘공감’이 몰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남의 나라에 오면서 몇 가지 생활 용어도 익히지 않는 건 잘못 된 것”, “다른 나라에 오면서 자기 나라(중국) 말로 소통하길 기대하다니…” 등의 게시글도 네티즌의 호응을 얻었다.
대학생 정유미(25ㆍ여) 씨는 “종종 별 것도 아닌 안내판에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까지 적혀진 걸 보면 너무 정신없다”며 “꼭 필요한 표지판엔 중국어를 표기하되 나머진 영어만 써둬도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의 마구잡이 흡연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명동 일부 거리, 지하철 출입구 10m, 청계광장 등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도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예외였다. 중국어로 된 금연 표지판이 있어도 이들은 보란 듯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이다. 흡연을 단속해야 할 관할 당국에서는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에 중국인들 흡연의 특권을 부여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지나치게 저자세로 중국인 눈치를 본다는 게 일부 시민들의 주장이다.
최영휴 수성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서울을 찾는 관광객은 소비하러 오는 목적이 커서 언어가 미흡할 수 있다”며 “그들이 불손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손님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재용 김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안내책자 등의 간접적인 도움방안은 신경을 써야하지만 그 이상 배려는 국민 에너지 낭비”라며 “한국을 단순한 속국처럼 인식하는 일부 유커들의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mkk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