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경찰관 여고생 성관계 사회적 파장에 따른 교육현장 찬반
-부산 이어 전북교육청 SPO제도 ‘폐지’ 포함한 ‘전면 수정’ 천명
-대다수 시ㆍ도교육청은 ‘유보’ 속 향후 입장변화 가능성에 주목
-교육 관련 시민단체ㆍ보수 “현행유지” vs 진보 “이번 기회 손질”
[헤럴드경제=신동윤ㆍ유오상 기자] 최근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SPO) 2명이 담당 학교의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발생한 가운데, 부산시교육감이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 또는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시행 만 5년차를 맞이한 SPO 제도에 대한 일선 학교 및 교육단체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각 지역 교육청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전북교육청(교육감 김승환)은 이날 열린 간부회의를 통해 폐지까지도 포함한 전면적인 수준으로 SPO 제도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일 현재 SPO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부산시교육청에 이어 두 번째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김 교육감이) 평소부터 학교 현장에 경찰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며 “해외 출장 중인 김 교육감이 당초 예정보다 일찍 귀국해 회의를 주재하고 결정한 사안”이라고 했다.
지난 2012년부터 학교폭력을 사전에 방지하고, 발생 시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도입된 학교전담경찰관(SPO)은 현재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총 1075명이 활동 중이다. [사진제공=경찰청] |
‘SPO 제도 폐지’에 동참 의사를 밝힌 교육청이 늘어나면서 부산과 전북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ㆍ도교육청도 이에 동참할 지 여부를 두고 시선이 쏠린다.
SPO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는 지난달 30일 오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연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학교폭력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됐던 2012년 도입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학교전담경찰관은 이제 굳지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학교 자체에서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면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학교전담경찰관제도가 그동안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학교 안에는 단순한 폭력보다는 심리ㆍ정신적 문제 등으로 자살하는 학생수가 늘어나는 등 다른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경찰관보다는 심리전문 상담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시ㆍ도교육청들은 당분간 현행 제도를 유지하며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충북교육청은 기존 SPO 제도 유지를 기본으로 한 개선작업에 나섰다. 충북교육청은 남학교나 여학교의 경우 무조건 동성 경관을 배치하고, 남녀공학의 경우 기존 1명에서 남녀 2명으로 확대 배정할 예정이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이 밖에도 학교장이 지정한 장소가 아니면 상담할 수 없도록 하고, 학교 정문 안에서 경관은 무조건 정복을 착용하도록 개선했다”고 했다. 충남교육청도 이번주부터 충남경찰청과 SPO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재 활동 중인 경찰관 65명에 대한 평가에 들어갈 계획이며, 강원ㆍ전북교육청에서도 SPO 제도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 채 이번주 중으로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
이외 시ㆍ도교육청은 현행 제도를 당분간 유지하며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SPO들이 많은 수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두사람의 자질문제로 전체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경찰과 협력관계를 통해 SPO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SPO 중 소수의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제도 전체를 흔드는 것은 문제며, SPO들에 대한 교육강화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 행정 당국의 비교적 조용한 행보와는 달리 일선 교육 현장 및 교육단체들의 반응은 좀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각각 진보와 보수 성향 교육단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한국교원총연합회(교총)는 SPO 제도 유지에 대해 각각 반대와 찬성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전교조 관계자는 “SPO 제도를 포함한 현재의 학교폭력대응 시스템은 학교폭력에 연루되는 학생을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폭력적인 시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며 “학교 안 문제를 전문적인 교육자로서 양성되지 못한 경찰이 주도권을 갖고 해결하기 보단 생활지도 교사가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갖고 학교폭력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러 학교에 걸쳐 있거나 강력범죄에 준해 교사 스스로 처리가 힘들어 도움을 요청할 때 학교폭력 문제에 경찰이 개입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도 학폭위나 경찰에 학교폭력문제를 모두 일임한 채 무관심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교총 관계자는 “경찰이 학교 안에 들어오면서 교원들의 활동이 제한을 받고, 이에 대한 불만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학교폭력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장점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교원들만으로는 학교 폭력을 조사하고 법적으로 원활하게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법권을 가진 경찰의 도움이 학교 입장에서는 아직 필요한 만큼 부산시 교육감의 결정은 성급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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