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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을 가다] 믿음의 힘…‘地上油田’ 꿈을 현실로
고도화 비율 39.1%로 국내 최고
2018년 46% 달성땐 세계적 수준
영업이익률도 수년째 업계 선두



“모든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 - 아산 정주영

충남 서산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초입 한 건물 벽면에 큼지막히 새겨져 있는 글귀다.

최근 기자가 찾은 이 거대한 정유공장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강조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철학처럼 ‘지상유전(地上油田)’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었다.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한 건물 벽면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사진 왼쪽).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고도화시설 전경. [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은 축구장 1450개 크기인 약 314만㎡(95만평) 부지에 자리잡고 있다. 하루 39만 배럴의 원유 정제가 가능하고 연산 150만톤 규모의 BTX(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 공장도 쉼 없이 돌아간다.

공장에는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굴뚝과 파이프 설비가 대부분인 정유공장 특성상 대부분 실내에서 설비를 운용하기 때문에 실외에 나와있는 직원들의 모습은 쉽게 찾기 힘들었다. 다만 굴뚝에서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가 이 거대한 공장이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음을 알렸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 제품을 만들고 남은 기름(잔사유)을 고도화 설비에 투입해 재차 휘발유와 경유 등 고부가 제품을 뽑아 낸다. 이 과정이 마치 땅에서 기름을 캐내는 것과 같아 고도화 설비를 두고 ‘지상유전’에 빗댄다.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한 건물 벽면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사진 왼쪽).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고도화시설 전경. [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은 이 고도화 비율이 39.1%로 현재 업계 선두다.

작년에도 설비 증설 작업을 통해 고도화율을 2.4% 포인트 끌어 올리며 GS칼텍스(34.9%), SK이노베이션(23.7%), 에쓰오일(22.1%) 등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공장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직원들의 표정에서 왠지모를 자신감도 엿보였다.

높은 고도화율은 현대오일뱅크가 연간 영업이익률 부문에서 수년째 정유업계 선두를 지키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미국 정유사들의 고도화율은 56.6%에 달하고, 이탈리아(47.9%), 캐나다(45.2%), 독일(43.6%) 등 다른 선진국들도 높은 고도화율을 자랑하고 있다.

국가별로 석유 제품 수요 체계가 다르고, 고도화율이 정유사 기술력의 유일한 척도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국내 정유사들의 고도화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18년까지 총 5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고도화율을 46%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고도화율이 40%를 넘어서면 원유는 버리는 기름 없이 다 뽑아내고, 벙커C유 등 잔사유를 사와서도 고부가 제품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의미의 ‘지상유전’ 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날 대산공장에서도 고도화 설비에 용제추출 공정(SDA)을 추가하기 위한 설계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주호 현대오일뱅크 공정기술팀 과장은 “고도화 공정은 크게 잔사유에 포함된 황 등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탈(脫)황 공정(RDS)과 실제 석유 제품을 만들어내는 접촉분해 공정(FCC)으로 나눌 수 있다”며 “그런데 이 앞 단계에 지금 준비중인 용제추출 공정(SDA)이 완성되면 탈황 공정의 촉매 수명을 연장해 고도화 설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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