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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닥 안보이는 해외건설 수주…상반기에 40%↓ 하반기는 더 암울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하반기 건설업 해외수주 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장기 저유가에 주요 발주처인 중동산유국들이 가뜩이나 맥을 못 추고 있는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찬물을 끼얹었다. 국제유가 하락, 세계 경기 약세로 인해 해외건설 부문 신규 수주 기회는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외수주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감소가 확실시된다.

3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이날까지 해외수주액은 15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이 47억달러로 32% 줄었다. 아시아는 69억달러로 47% 급감했다.

내년 전망도 어둡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전날 ‘브렉시트(Brexit)에 따른 국내 건설산업 파급효과’ 자료에서 “브렉시트로 2017년 세계 경제성장률도 당초 전망치보다 위축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해외건설수주는 2017년에도 회복세를 보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발 유가하락으로 해외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한 우즈베키스탄 가스케미컬 플랜트.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1~2년 새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입찰 프로젝트들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면서 국내 건설사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는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카타르에서 도로 등 여러 인프라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수개월 넘게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재정난 압박을 받는 카타르 정부가 예산 탓으로 계약을 미뤄서다. 한국 기업이 입찰에 참여한 오만의 GCC 6개국 철도망 구축 프로젝트는 아예 취소됐다. 알제리에선 연내 예상됐던 발주가 단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MENA 지역은 건설사 해외수주액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지역 국가의 탐사채굴 등 에너지 부문 자본 지출은 유가가 배럴 당 60~70달러가 돼야 손익분기를 넘는다. 브렉시트 충격으로 급락한 국제유가는 전날 사흘만에 반등했지만 중단기 회복 전망은 어둡다.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 등 여러 기관이 국제유가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으며, 40달러대 초반까지 하락을 예상하는 곳도 있다.

MENA의 대안시장으로 부상한 아시아 등 신흥국은 경기 회복 속도가 당초 기대 보다 느리다. 아시아는 해외수주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최중석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부장은 “신흥국 경제성장이 올해 턴어라운드에서 하방위험 확대로 바뀌면서, 세계 건설지출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수도 불거졌다. 브렉시트 여파로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하락해 경쟁국인 유럽 건설사의 수주 경쟁력이 높아지면, 한국 건설사로선 좋을 게 없다. 유럽건설사들은 2012년 이후 해외에서 공격적 수주 활동을 펴오던 터였다. 최 부장은 다만 “유로화 약세보다 원화 약세 폭이 더 커서, 환율 변수의 유불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가 회복 전망이 나쁠 수록 대체 시장 발굴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욱 대우건설 해외인프라 사업본부 토목 담당 상무는 “유가가 70달러대를 회복하는데 2년, 건설시장까지 활성화하는데 4~5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 전에 포스트(post)-MENA 지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상무는 향후 인프라 성장성이 좋은 대안국가로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인도, 필리핀, 호주를 꼽으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인프라 확대 기회를 노리려면 대기업-중소기업 공동진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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