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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 33세 검사, 친구들과 나눈 문자메시지보니…
[헤럴드경제]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소속 검사 김모(33)씨가 친구들과 나눈 문자메시지에서 극도의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죽고 싶다’고 했던 사실이 전해졌다.

30일 노컷뉴스는 김 검사가 생전 친구들과 나눈 메시지를 단독입수해 공개했다.

여기에는 부장검사에 대한 두려움과 울분이 드러나 있다.

“술자리 끝났는데 부장이 부른다. 여의도에 있는데 15분 안에 오라고 한다. 택시 타고 가는 길”

“와...15분 지나니 딱 전화 온다. 도착하니 부장은 취해서 강남 XXX동까지 모셔다드리고 있다”



“술 취해서 (나보고) 잘하라고 때린다…슬프다 사는 게”

상사의 폭언에도 참고 견디려 했던 김 검사는 자신의 견디는 모습마저 비난한 상사에 대한 일화도 언급했다.

김 검사는 “욕을 먹어도 웃으면서 버텼더니, (오히려) 술 마시면서 나한테 당당하다고 욕을 했다”면서 “매일매일 부장(검사)한테 욕먹으니 진짜 살이 쭉쭉 빠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진짜 든다”며 친구에게 “같이 개업할래? 지방에 가서 좀 편하게 살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제안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2년 차 새내기 검사로 장래가 촉망받던 인물로 불렸지만, 실상 그는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다.

김 검사의 메시지에서 실적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도 엿볼 수 있다.

“거의 이틀 밤을 새웠다”는 김 검사는 “매달마다 시험을 치는 느낌”이라며 “숫자 몇 개 남았는지로 모든 걸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99와 100은 천지 차이라고 (상사가)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또 “맨날 실적을 취합해서 일일보고를 만들고, 매주 화요일마다 주간업무보고를 만들고, 매월 중순에 월간업무보고를 만들고, 매월 말에 4대악 실적 보고를 만든다”면서 “각 실적 취합 시점도 달라서 만들 때마다 계산해야 한다”고 엄청난 업무량에 대한 고통도 호소했다.

또 고인은 극한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김 검사는 죽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죽고 싶다”

“술 시중드는데, 죽고 싶다”

“스트레스받아서 그런지 오늘은 자고 일어났는데 귀에서 피가 엄청 많이 났다. 이불에 다 묻었다”

“내가 먼저 나가 있을게. 아무개 때문에 죽지는 못 하겠고”

“너무 울적해서 유서 한 번 작성해 봤는데, 엄마·아빠·XX랑 여기 있는 친구들 밖에 생각이 안 나”

“아 맨날 징징거리게 되네. 살려줘”

“아 죽고 싶다. 자괴감 든다. 부장한테 매일 혼나고”

“슬퍼 사는 게”

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친구들과 나눈 대화에서 상사의 모욕적인 행위와 실적 압박에 대한 내용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김 검사는 유서에서 “검사를 그만두고 싶었으나 낙오자로 낙인 찍힐 것이 두려웠다”고 했던 사실도 전해졌다.

29일 김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64)씨에 따르면 고인은 유서에서 “주로 장기 미제 사건만 맡아서 힘이 든다”며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편안히 쉬고 싶다”고 쓴 뒤 “감기에 걸렸지만 병원에도 가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김 검사의 아버지는 “올해 들어 아들과 통화할 때마다 유독 업무 스트레스와 피로를 호소했는데 일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먼저 전화를 걸지도 못했다”며 “지금에 와서 후회되는 게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지난 설 연휴에도 고향인 부산에서 하룻밤만 보낸 뒤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설날 당일 오후부터 근무한다고 했다”며 “휴일도 없이 새벽에 퇴근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고 전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7일 김 검사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 소속이던 김 검사는 지난달 19일 서울 목동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서울대 출신 김 검사는 군 법무관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터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했고, 김모(48) 부장검사와는 올해 1월부터 함께 일했다.

27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김 검사의 아버지 최근 대검찰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A검사의 아버지는 B부장검사가 평소 A검사에게 업무처리 등과 관련해 폭언,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에 아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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