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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왕 정진영> 59. 여름의 환희를 알리는 불꽃놀이 ‘자귀나무’
[HOOC=정진영 기자] 여름 한낮에 도심의 공원을 거닐어보신 일이 있나요? 폭염 아래에서 도심 속을 걷는 일은 고문이 따로 없습니다. 무방비 상태로 직사광선에 얻어맞다가 만나는 도심의 공원은 가히 오아시스라고 부를 만합니다. 나무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공원의 벤치에 앉아 들이쉬는 숨은 얼음을 동동 띄운 사이다만큼 청량합니다. 녹음이 짙푸를수록 청량감도 깊어지죠.

더위에 지친 몸이 그늘에 젖어 식었다면, 비로소 공원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겁니다. 이맘때라면 녹음 일색인 다소 심심한 풍경 속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무가지마다 가득 매달린 연분홍빛 불꽃. 자귀나무는 여름에 가장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모양의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대전 비래동 대전IC 부근의 한 공원에서 촬영한 자귀나무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자귀나무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낙엽소교목으로, 원산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입니다. 자귀나무는 매년 6~7월께 꽃을 피우는데, 가늘고 붉은 실을 모아놓은 것 같은 독특한 모양의 꽃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수술입니다. 자귀나무의 꽃받침과 꽃잎은 연한 초록색인데다 크기도 작아서, 수술에 비해 존재감이 많이 모자란 편입니다. 자귀나무의 꽃받침과 꽃잎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덕분에 우리는 이맘 때 가장 독특한 모양의 꽃으로 눈호강을 할 수 있게 됐죠.

자귀나무는 잎의 생태도 꽃만큼이나 독특합니다. 좌우로 펼쳐진 자귀나무 잎은 밤이면 서로 마주 보며 접히는데, 옛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부부의 야합(夜合)을 떠올렸습니다. 자귀나무의 한자 이름인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역시 모두 부부의 야합을 의미하죠. 이 때문에 자귀나무는 예부터 부부의 금슬을 좋게 만든다는 믿음 속에서 정원수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자귀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 김종원 계명대 교수는 ‘자귀’의 어원을 우리말 ‘짝’에서 찾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자귀나무는 ‘짝나무’에서 ‘짜기나무’를 거쳐 변천한 이름이라고 설명합니다. 자귀(목재를 찍어서 깎고 가공하는 연장)의 손잡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무였기 때문에 자귀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보다는 김 교수의 주장이 훨씬 믿고 싶어지는 설 아닌가요?

대전 비래동 대전IC 부근의 한 공원에서 촬영한 자귀나무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자귀나무의 개화는 대개 장마가 오기 전에 절정을 이룹니다. 거리 곳곳에 피어난 자귀나무 꽃은 여름 휴가철을 알리는 전조이죠. 자귀나무의 꽃말은 ‘환희’ 입니다. 꽃의 모양새를 그대로 빼닮은 꽃말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족들과 함께 먼 곳으로 여름 휴가를 떠날 예정이신가요? 그렇다면 가족들에게 이맘 때 화려한 불꽃놀이를 펼치는 자귀나무에 대해 이런저런 ‘썰’을 풀어보시죠. 여름 휴가 전 분위기를 띄울 전야제로 이만한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도 드물 것입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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