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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아이디어 더한 ‘트램펄린’ 세상으로 연매출 2억弗…美스포츠 사업가의 도전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트램펄린(trampoline)은 스프링이 달린 사각형의 탄력 있는 매트 위에서 벌어지는 체조 경기 혹은 놀이를 말한다. ‘방방’, ‘봉봉’ 등 부르는 이름도 다양한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아이들이 뛰놀며 시간을 보내는 놀이기구로써 인식되지만, 해외에서는 트램펄린 체조경기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 들어갈 정도로 수준 높은 스포츠로 통한다. 비행기 조종사나 기계체조, 스케이트보드 선수들도 트램펄린을 훈련도구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트램펄린 전문회사 스카이존이 마련한 전용 훈련장에서 피구하는 모습.

미국의 한 회사는 이런 트램펄린의 ‘전문적인’ 성질을 잘 살린 아이디어로 수억달러의 돈을 벌고 있다. 트램펄린 위에 농구, 피구 등 스포츠 시설과 운동 기구들을 설치해 고객들이 일석이조의 운동효과를 보도록 만든 것이다. 회사 스스로 “놀랍고 건강하고 즐거운!”이란 홍보문구를 달고 있는데, 재미와 건강 모두를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덕분에 작년 포브스가 선정한 ‘2015 미국의 전도유망한 회사(America‘s Most Promising Companies)’ 55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로 창업 13년째를 맞은 ‘스카이존(Skyzone)’의 이야기다.

스카이존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막 20대를 벗어난 제프 플랫(Jeff Plattᆞ31)이다. 트램펄린이라는 단순한 아이템과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다는 점 때문에 손쉽게 부자가 된 것 아니냐는 날선 비판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워싱턴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던 그는 21살 때부터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회사는 억대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겨우 2년이 지났을 때다.

재프 플랫 스카이존 CEO

▶우연히 찾은 스케이트보드 선수들…스카이존 ‘열쇠’ 되다= 스카이존 창업자이자 재프 플랫의 아버지인 릭 플랫(Rick Platt)은 처음부터 트램펄린 전용 훈련장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의 소망은 프로 스포츠 경기장을 짓는 것이었다. 후프와 아크로바틱 체조, 해리포터의 인기로 당시 유행이던 퀴디치 등이 그가 목표로 하는 스포츠였다. 2004년 창립 당시 1600㎡ 면적에 경기장을 짓고 운동선수들을 모으는데 250만달러를 투입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선수들의 등 뒤에서 몇천, 몇억원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에이전트였다. 에이전트들은 달랑 트램펄린 몇 개와 바닥에 깔린 매트가 전부인 이곳에 자신들이 아끼는 선수를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이렇게 부실한 시설로는 전문적인 훈련과 경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릭 플랫은 “프로 스포츠 경기장을 짓기 위해선 ESPN(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과 수백만달러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스카이존 트램펄린 파크 전경

하지만 사업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야외 훈련이 필수인 스케이트보드 선수들이 스카이존을 드나들기 시작한 것이다. 불편한 점이 많은 야외 시설과 달리 스카이존은 사계절 내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거의 망하다시피 방치되고 있던 스카이존이 젊은 혈기를 지닌 선수들의 방문으로 활기를 띄자 릭 플랫은 방향을 틀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8달러의 입장비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단 6개월만에 1만명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입소문을 타고 일반인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첫해 순 매출은 40만달러(한화 약 4억6700만원)를 훌쩍 넘어섰다.

2006년 재프 플랫이 사업을 물려받았다. 어머니의 암 병세가 악화되자 아버지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어머니는 끝내 숨을 거뒀지만 재프 플랫은 물려받은 스카이존을 부모님의 유산이라 생각하고 정성 들여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곧장 지역 투자자들을 찾아나섰다. 스케이트보드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 일반인들도 건강한 삶을 위해 찾는 즐거운 훈련장이란 테마를 달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덕에 스카이존은 현재까지 총 150달러(약 17억5000만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스카이존 전용 훈련장에 모여든 참가자들.

▶성공의 8할은 ‘섬세한’ 마케팅 덕분=그의 사업적 수완은 곧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이용자들로부터 ‘트램펄린 세상(파크)’이라고 불리는 스카이존은 5개국에 140개 지사로 뻗쳐나가고 있다.

그의 첫 번째 마케팅 기법은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 특성을 사업에 적용시킨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스카이존은 남녀가 따로 노는 트램펄린이 있다. 남녀유별 문화가 깊게 배어있는 그들의 문화적 습성을 고려한 때문이다. 호주 지사엔 역동적인 움직임을 좋아하는 호주인들의 기호를 고려해 노래와 춤, 힙합 공연 등 퍼포먼스가 가능한 트램펄린 존을 만들었다. 현재는 인도에 스카이존을 정착시키며 그들의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를 어떻게 적용시킬지 고민하고 있다.

제프 플랫은 그 자신을 소셜 미디어 세대라고 부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데, 직원들에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계정에 가입하라고 압력을 놓을 정도다. 그의 성화 때문인지 요새 인스타그램엔 ‘Skysocks’라는 해시태그가 생겼다. 스카이존을 이용할 때마다 신는 양말에서 힌트를 얻어 젊은 SNS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태그다. “스카이존에 다녀왔음”정도되는 의미다. 제프 플랫은 고객들이 스카이존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상징이자 그 자체로 마케팅이 된다고 강조한다.

성공은 여러 곳에서 ‘트램펄린 열풍’을 낳았다. 전세계 16개국에 600개가 넘는 트램펄린 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600개의 사업장에서 배출된 총 연매출은 10억달러. 하지만 스카이존이 작년 한해 동안 2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전세계 트램펄린 시장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업계 1위 기업임을 인정받았다.

스카이존 트램펄린 훈련장에는 도처에 운동 시설물들을 준비해놨다.

▶스카이존의 미래...“못다이룬 꿈 실현하겠다”=스카이존의 최종 목표는 만능 스포츠존이 되는 것이다. 제프 플랫은 모든 운동 종목의 훈련이 가능한 장소를 만들고 싶다던 아버지의 꿈을 이어나가고 있다.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는 센터마다 테마가 있는 트레이닝 시스템을 도입한다.

스카이존에는 ‘평범한 바닥’이 없다. 트램펄린이 없는 곳은 운동을 위한 인공 장애물들과 각종 기구들로 채워져 있다. 어느 트램펄린 위에는 농구와 피구를 즐길 수 있는 시설물이 설치돼 있고, 주구장창 뛰며 한 시간동안 1000칼로리를 소모시킬 수 있는 유산소존도 있다. 센터 한 켠에 특별히 제작된 트램펄린 위에선 아이들의 생일파티가 이뤄진다. 이곳은 클럽 조명을 달아놔 저녁이 되면 어른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한다.

제프 플랫은 “사업가가 원래 세웠던 목표를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플랫 부자는 돈 안 되는 아이템을 과감히 포기하고,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기회를 기회로써 인식하고 성공으로 확장시키는 것 또한 사업가들의 능력일 터다. 우연히 스카이존을 방문한 스케이트보드 선수들에게 특별한 빚을 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고객서비스의 가치를 아는 제프 플랫의 다음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이제 31살이 된 경영자가 이끄는 트램펄린 사업이 한국에 들어올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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