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공연한 이야기] 객석과 배우 거리 50㎝…‘초소형 연극’이 뜨는 이유?
볼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TV,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큰돈을 내지 않고도 재밌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크고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까지 들여야 하는 연극이 요즘 같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불편함과 불리함을 감수하고도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끌어당길 다양한 해법이 모색되는 가운데, 대학로에서는 ‘초소형 연극’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개막한 연극 ‘사이레니아’는 20평(66㎡) 남짓한 연습실을 극장으로 탈바꿈해 관객 30명만 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 마치 동굴 같은 극장 입구에 발을 들여놓으면, 폭풍우로 바다 한가운데 고립돼버린 등대를 마주할 수 있다. 무대와 객석을 구분할 수 없을 비좁은 이곳에서 배우 2명이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연기를 펼친다. 관객은 배우의 숨소리와 땀방울, 미세한 표정변화를 고스란히 느끼며 조명의 변화, 음향의 떨림까지 극대화해 감상할 수 있다.

연극 ‘사이레니아’ 공연 한 장면. [사진제공=스토리P]

공간이 얼마나 좁은지 제작진은 안내 사항에 “공연장이 매우 협소해 심리적 압박감이나 답답함을 느낄 수 있으니 폐소공포증을 가진 관객은 관람을 삼가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하지만 밀폐된 극장 덕분에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극적 상황에 더욱 몰입하고, 보다 생생하고 인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보다 먼저 주목받은 연극은 지난해 처음 소개된 ‘카포네 트릴로지’다. 약 50평(160㎡) 크기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 시카고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를 실감 나게 꾸며놓았다. 회차당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단 100명. 객석과 배우 사이의 거리가 50cm 안으로 좁혀지는 밀접한 위치에서 극이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사건을 목격하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탄탄한 드라마와 색다른 즐거움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은 내달 재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일부 회차를 매진시켰다.

‘카포네 트릴로지’가 끝나는 9월, 같은 극장에서 초소형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가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보름간 공연된 작품은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전석이 팔려나가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양도 문의가 빗발쳤을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100석 규모의 극장을 3면 무대로 꾸민 작품에서는 땀구멍이 보일 정도의 근접한 거리에서 배우 5명의 강렬한 연기와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대형 뮤지컬이 자랑하는 화려한 군무나 웅장한 세트 없지만, 보고 듣는 맛을 만끽하도록 했다.

앞서 질문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연극이 살아남는 법’의 해답 중 하나는 오로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의 제공일 것이다. 손쉽고 간편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에 흥미를 잃었다면, 불편하지만 재밌고 몸의 감각까지 일깨워주는 초소형 연극에 발을 뻗어보는 건 어떨까.

[뉴스컬처=양승희 편집장/yang@newsculture.tv]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