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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선거 변수 된 브렉시트… 스페인, 일본, 미국, 프랑스 줄줄이 사탕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이 선거를 앞둔 세계 각국에서 표심을 뒤흔들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브렉시트의 이념적 바탕이 된 고립주의를 정치 논쟁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으며,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성패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6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재총선은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내의 고립주의가 얼마나 더 세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기성 정당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신생 극좌파 정당 포데모스가 반(反) EU, 반(反) 긴축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데모스는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 지역의 분리독립에도 찬성한다.

[사진=게티이미지]

97% 가량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포데모스와 좌파연합은 71석을 차지해 지난해 12월에 비해 2석을 더 늘렸다. 중도 우파 국민당(137석)과 중도 좌파 사회노동당(85석)에 이어 3당으로서의 지위를 확실히 한 것이다. 비록 사회노동당을 밀어내고 원내 2당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30년 넘게 이어진 양당제를 확실히 무너뜨리며 대안정당으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스페인 총선 이후에도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고, 같은 해 10월 있을 독일 총선에서도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브렉시트가 EU 탈퇴 여론을 부추겨 극우정당이 제도 정치권에 자리잡도록 함으로써 또 다른 EU 탈퇴를 불러올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오는 11월 대선이 치러지는 미국에서도 브렉시트의 파장이 만만치 않은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가 브렉시트와 이념적ㆍ정서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브렉시트 진영은 때로 인종주의적이라 할 만큼 이민자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자유무역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크다. 세계화 물결 속에서 소외된 저소득ㆍ저학력층이 주된 지지 기반이라는 점도 동일하다. 이에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인 캐슬린 파커는 트럼프와 브렉시트를 합친 ‘트렉시트(Trexit)’라는 신조어를 쓰며 “이것은 트럼프 지지자들과 영국 국민들이 국가의 문제라고 여기는 기성 체제와 완고한 관료주의에서 탈출하려는 티켓”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고립주의의 득세를 우려한 반작용이 일어 트럼프 측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렉시트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막아내자’라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공화당 주류 내에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 WP와 ABC방송이 미 전역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20~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12%포인트라는 큰 차이로 뒤졌다. 트럼프가 이렇게 큰 격차로 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공화당 주류의 외면에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브렉시트 결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성패 여부가 오는 7월 10일 있을 참의원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은 글로벌 자금을 안전자산으로 이동시켜 엔화 가치 상승을 불러왔는데, 이는 엔저를 바탕으로 수출을 늘리려는 아베노믹스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변수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아베 정권은 낙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엔고와 도쿄 증시의 주가 하락 흐름이 선거 직전까지 계속될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제1야당인 민진당 측은 브렉시트로 금융 시장이 불안에 빠지자 “아베노믹스의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주식, 외환에 기대지 말고 내수 주도로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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