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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질서의 변곡점이 된 브렉시트, 新고립주의 문 여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과거 대영제국의 부귀영화를 그리워 한 이들이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을 일으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면서 세계질서는 자유제도주의(institutional liberalism)가 무너지는 변곡점에 서게 됐다.

“영국은 진취적인 EU 독립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섬 나라 ‘잉글랜드’로 돌아가 자국중심주의와 제노포비아에 만취한 망국이 될 것인가”

뉴욕 타임스의 영국 특파원 스티븐 얼렝어는 브렉시트 결정이 되면서 칼럼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EU 내 국내총생산(GDP) 2위, 인구 규모 3위를 자랑하던 영국의 이례적인 탈퇴가 결정되면서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그리스 등 유럽 다른 나라들에서도 EU탈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930년대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보호무역이 부상하고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가들 간의 경쟁이 만연한 고립주의 현상이 부활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브렉시트 결정에 대한 세계 각국 언론사의 반응 [사진=BBC 방송]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24일 영국의 선택을 환영하면서 자국에서도 EU탈퇴를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자유당(PPVV)의 헤이르트 빌더스 당 대표도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를 촉구했다. 브렉시트 결정과 함께 EU회원국의 탈퇴를 지칭하는 ‘프렉시트’, ‘벨시트’, ‘넥시트’, ‘그렉시트’, ‘스웨시트’ 등의 표현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정신 아래 블록경제를 형성해 영향력을 자랑하던 자유제도주의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이 택한 ‘고립주의’는 16~20세기를 거쳐 이뤄진 ‘대영국제국’을 무너뜨리고 하나의 섬나라인 ‘리틀 잉글랜드’를 탄생시킬 수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독립여론이 강해질 전망이다. 영국은 16세기에 웨일스, 18세기에 스코틀랜드를 통합했고, 1921년에 북아일랜드만 영국령에 편입되고 아일랜드가 독립하면서 오늘날의 ‘영국’이 완성됐다. 웨일스는 EU 이탈파에 속했지만, EU를 통해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었던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독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스코틀랜드는 2014년 307년 만에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엔 독립 반대가 55%를 차지해, 영국에 눌러앉았지만 스코틀랜드 의회 제1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언제든 독립 투표를 다시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니콜라 스터전 SNP 대표는 “이번 투표 결과로 스코틀랜드의 두 번째 독립투표 실시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고 피력했다.

북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마틴 맥기니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부대표는 지난 3월 “브렉시트 발생 시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 통합을 묻는 주민투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영국 내에서는 강한 반(反)이민, 반EU 정서가 탈퇴 진영 승리를 이끈 주요 동력 중 하나다.

영국 내 EU 회원국 출생자는 2004년 149만명에서 작년 313만명으로 증가했다. 2004년 이후 동유럽 등 13개국이 EU에 가입하면서 그 숫자도 크게 늘었다. 일자리를위해 들어온 이민자도 2012년 17만3000명에서 지난해 29만명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민자들이 몰릴 수록 나눠야 할 ‘파이’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교육과 의료서비스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영국 서민ㆍ중산층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일자리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민자의 반감은 더욱 커졌다.

특히, EU 단일 시장과 이동의 자유가 경제난의 원인이라고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탈퇴 측은 영국이 EU에 있는 한 이민자를 통제할 ‘주권’을 발휘할 수 없다고 선전했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파운드화 폭락과 물가 상승, 국내총생산(GDP) 하락 등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렉시트 발생 시 오는 2018년까지 영국 GDP가 최대 5.2%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조지 오즈본 영국 재무장관도 “향후 2년간 GDP가 3.6% 하락하고, 일자리 52만개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U탈퇴로 세계 금융의 중심지였던 런던 거래소 역시 위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영국의 GDP의 7.6%와 세계 자본의 흐름을 주름잡았던 런던 국제시장은 세계 기축통화의 시초이자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파운드 스털링화’처럼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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