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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국토의 젖줄 강(江), 스마트 신경망으로 진화 중
지난해 호주와 동남아시아, 인도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발생했고, 반대로 중남미와 미국은 폭우와 홍수로 몸살을 앓았다. 페루와 칠레 인근 해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도 누적 강수량이 전년 대비 62% 수준에 그치는 등 극심한 가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엘니뇨’로 알려진 이 현상은 적도 부근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해 대기의 대순환에 영향을 미치고, 지역에 따라서 폭우와 폭염 등 극단적인 이상기후를 일으킨다. 특정 지역 해수면 온도 변화가 전 지구적 이상 현상을 초래하는 모습은 지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는 ‘가이아(Gaia)’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가이아 이론에 비유하면, 강(江)은 유기체인 국토 곳곳에 생명을 공급하는 젖줄이다. 인간은 체중의 70%가 물이며, 물이 부족하면 신진대사 등 생체 유지와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몸이 노화될수록 물의 비중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니 ‘물은 곧 생명의 원천’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국토와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과 식물들도 혈관처럼 뻗어 있는 강을 통해 물과 영양을 공유하며 생명을 유지한다.

국토의 젖줄인 강을 지구적인 재해와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존하려면 우선 홍수ㆍ가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하천의 80%, 지방하천의 50%에 대해 제방정비를 완료했으며, 홍수 위험지역에 대해 우선적으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제방 축조, 저류지 건설 등 지속적인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상기후가 더 잦아지고 더욱 강해지고 있어 새로운 관점과 접근 방식도 필요하다. 강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아 감각기관, 신경망, 두뇌, 동작기관의 기능을 강화하고 조화롭게 연결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조절 및 치유 능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의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해상도 카메라와 스마트 센서를 이용해 하천의 유량, 수질, 생태환경 정보를 정밀하게 수집하거나 드론(Drone)을 통해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시설물이나 하천 바닥 등 3차원 지형 변동을 조사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강의 신경망을 구성할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신속ㆍ정확하게 전달ㆍ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토지이용, 인구분포 등의 정보시스템과 연계하면 홍수 같은 재해가 발생할 경우의 피해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스마트 인공지능 체계도 필요하다. 물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래에 발생할 재해의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중장기 대책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집중호우로 인한 제방붕괴 등 돌발적 상황에도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강의 손과 발 역할을 하는 하천의 정비 사업 효과도 높여야 한다. 과학적인 계획과 평가를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정비 사업을 추진해야 하며, 사업 전후의 변화 과정을 가상현실(VR)을 통해 국민들에게 제공하여 하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갈등을 해결하는데 활용할 필요도 있다.

국토부는 하천정비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하드웨어 중심의 하천관리에서 벗어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 하천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변화가 심한 하천의 3차원 지형 정보를 실시간 수집할 수 있는 하천조사용 드론과 스마트 센서 개발, 종합적인 하천재해 평가와 정비사업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하천 빅데이터 분석, 분석 결과를 가상현실로 실감나게 제공하는 정보 플랫폼의 구축 등이 그것이다.

‘스마트 하천관리’는 재해에 대한 강의 위기 대응력과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과 하천관리를 융합시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6천억 달러 규모의 세계 물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 상품으로 가꾸어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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