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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행중 스마트폰 경고표시 1주일 ②] 우산 쓰며 스마트폰 몰입…백배 천배 더 위험
-평소에도 위험한데 장마철엔 더욱 조심해야

-우산 속 스마트폰 보행자 시야는 더 좁아져

-보행자 10명 중 1명 음악ㆍ전화통화 등 딴짓

-평균 보행 속도 더 느리고 주위 주변 덜 살펴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거리를 걸으면서도,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연인과 데이트를 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4시간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시대, 스마트폰이 ‘도로 위의 좀비’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장마철엔 더 위험하다. 장마는 잠시 물러났지만 다시 올 것인데, 우산을 쓰고도 위험천만한 스마트폰 사랑을 고집하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내 곳곳에선 우산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보행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좁아진 시야는 우산 때문에 더 좁아지고 미끄러워진 노면 탓에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마철에는 특히 우산을 쓰고 스마트폰에 몰입하다가 교통 사고 등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한 보행자가 우산을 쓴 채로 스마트폰을 보며 걷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장마철 ‘우산 속 스마트폰’ 위험천만=서울 강남구 역삼동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조모(41) 씨는 “비오는 날 우산까지 들고 스마트폰을 보는 건 이해가 안간다”며 “일부는 주의 표지판도 우산 때문에 못 보던데, 다른 보행자와 부딪히거나 교통사고를 부르는 행동”이라고 걱정했다. 조 씨는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장마철 운전자의 시야 역시 좁아진다는 점이다. 빗길에서는 운전자의 시정거리가 짧아지고 미끄러운 노면으로 제동거리는 길어져 사고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23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빗길 교통사고는 5만3441건으로 사망자는 1353명에 달했다. 특히 여름 장마철(6~8월) 빗길 교통사고는 전체 44%인 2만3618건이 집중됐다. 빗길 사망사고 33%에 해당하는 442명이 이 기간에 발생했다.

치사율 또한 빗길 교통사고가 월등히 높다. 최근 3년간 맑은 날 교통사고로 인한 치사율은 2.0명인데 비해, 빗길 교통사고로 인한 치사율은 1.25배 높은 2.5명에 달했다.

공단 관계자는 “보행자는 우산으로 인한 시야 확보의 어려움으로 마주 오는 자동차를 못보고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장마철에는 특히 우산을 쓰고 스마트폰에 몰입하다가 교통 사고 등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한 보행자가 우산을 쓴 채로 스마트폰을 보며 걷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아찔한 보행길 “덜 보이고 덜 들려”=스마트폰으로 인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2009년 437건에서 2014년 1111건으로 5년 만에 2.5배로 뛰었다. 우산을 쓰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보행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내놓은 ‘보행 중 음향기기 사용이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보행자 1865명 가운데 11%에 해당하는 213명이 음악을 듣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주위 분산 보행자’로 나타났다.

‘주위 분산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평균 속도가 초속 1.31m로 나타났다. ‘딴짓’을 하지 않은 ‘비주의분산 보행자’의 평균 속도는 초속 1.38m였다. 스마트폰을 때문에 보행속도는 초속 0.07m가 더 느려진 셈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해 음악을 듣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은 길을 건널 때 주변을 덜 살피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주의분산 보행자’의 57.7%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왼쪽을 살폈지만, ‘주의 분산 보행자’는 37.1%에 그쳤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걸으면 주변상황이 안보이고 안들려 사고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 구조물에 부딪히거나 계단을 헛디뎌 넘어지고 차에 부딪혀 사망하는 등 인명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교통공단 관계자는 “‘주의 분산 보행’은 속도가 느린 데다 신호 변경에 따른 반응 시간도 늦어 횡단 시 필요한 안전 행동을 하는 비율도 현저히 떨어졌다”며 “돌발 상황에 반응하는 시간이 늦어질 수 있어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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