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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규모 경마 비리 적발] 승부조작에 조폭 개입까지…도 넘은 경마계 ‘모럴해저드’
- 檢, ‘비리의 온상’ 지목된 불법마주ㆍ대리마주 첫 형사처벌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검찰이 사설도박장 관리자와 조직폭력배로부터 뒷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경마 기수 등 대규모 경마 비리에 연루된 경마계 인사를 무더기로 적발하고 기소했다. 일부 기수들은 일부러 출발을 늦추거나 고삐를 당겨 말이 제대로 달리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전ㆍ현직 기수 8명을 포함해 총 15명을 마사회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밖에 18명에 대해서는 불구속기소, 6명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이들의 승부조작 행태도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제주경마 소속 기수 A(30)씨는 지난 2011년 7월 23일 한 경주에서는 탄 말이 인기순위 1위임에도 말의 고삐를 당겨 제대로 달릴 수 없게 하는 등의 식으로 속도를 늦춰 6위로 들어오는 등의 수법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실제 일반인들이 보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적인 방식이었다고 검찰 측은 설명했다. 


A씨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총 사설경마장 운영자와 조폭 브로커 등으로부터 5200만원을 받고 11차례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이외에도 다른 기수 3명은 많게는 4900만원, 적게는 150만원을 받고 1차례 경기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A씨에게 뒷돈을 준 사설경마장 운영자 B(53)씨와 조폭 브로커 C(46)씨는 다른 경마장에서 적중률 높은 마권을 사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각각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상 경마에서 우승이 예상되는 인기마는 경주 당 3∼4필인데, 조작을 통해 1∼2필을 제외하고 나머지 말에 베팅함으로써 적중률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들이 조작한 경주는 총 18건으로, 한 경주당 전체 매출액은 약 20억∼3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다른 기수인 D(34)씨는 2012년 대전지검 서산지청 수사로 승부조작이 드러나 구속기소돼 처벌을 받았으나 출소 후 다시 동료들을 승부조작에 끌어들이려고 했다. D씨는 제안을 거절당하자 오히려 동료의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한국마사회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마의 정보를 외부에 몰래 빼돌리고 뒷돈을 챙긴 기수도 검찰에 적발됐다. 현직 제주경마 소속의 기수 1명과 전 부산ㆍ경남 기수 1명은 2005년부터 2012년 사이 B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고 경마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이번 수사에서는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대리마주와 불법마주들도 사상 처음으로 적발됐다. 불법마주는 다른 마주의 명의를 빌려 말을 소유하는 이들을 뜻한다. 이들은 자격없이 경주에 참가해 상금을 챙기거나 몰래 알아낸 경마정보로 사설도박을 하는 것으로 그동안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불법 마주 E씨는 2014년부터 F씨 명의를 빌려 마주로 등록하고, 조교사들로부터 경마정보를 넘겨받아 2억원 상당의 도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불법 마주 G씨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H씨와 I씨 명의를 빌려 말 10필을 경주에 내보내고 상금 9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밖에 도박개장 전과나 경제적 기준 미달로 마주 등록이 불가능한 이들이 대리마주를 내세워 상금을 챙기거나, 조교사에게 금품을 주고 말 정보를 입수해 사설도박을 한 사례도 있었다.

경마계 비리 첩보를 입수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2012년 서산지청, 2014년 제주지검, 2015년 안양지청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종합 검토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적발된 기수 중에는 돈의 유혹으로 경마비리에 가담했지만 결국 범죄에 이용만 당하고 받은 돈까지 돌려준 기수와 그만두고 싶어도 신고의 두려움 속에 계속적으로 승부조작에 이용당하는 기수도 있었다”며 “정상적으로 마권을 구매한 일반 국민들까지 피해를 주는 승부조작의 폐해를 밝히고, 경마비리에 관여된 다수의 경마관계자 및 사설경마 조직원들을 엄벌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금번 수사는 검찰과 한국마사회가 상호 공조를 통하여 이뤄졌으며 마사회는 지난 5월 범경마인 자정 결의대회 개최 등을 통해 경마비리의 심각성을 공감하여 '공정경마 3.0' 추진계획 수립과 시행 등 공정하고 투명한 경마시행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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