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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비리 수사 막판 급피치] 정운호 로비수사 檢 의혹만 더 키웠다?
검사에 1억전달 시점
감사착수 4년후에 전달 왜?
수배자-검사 부적절 통화
뒤늦게 밝혀진 부분도 논란
병상 해당검사 조사는 어떻게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구명 로비’로 촉발된 검찰의 법조 비리 의혹 수사가 최종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 석연치 않은 부분들을 남기면서 오히려 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 목소리까지 높이는 실정이다.

▶애매한 1억원 전달 시점, 왜 2014년인가=우선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정 전 대표가 1억원을 현직 부장검사인 P 검사에게 전달한 시점이다.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최근 정 전 대표로부터 “지난 2014년 P 검사에게 1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더 애매해진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서울 지하철 역사의 ‘명품브랜드 사업’ 입찰공고에서 S사에 밀려 탈락했지만 이듬해 1월 S사 지분 전체를 160억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심모(62) 씨에게 청탁과 함께 20억원을 준 것으로 이후에 조사되기도 했다.

입찰 문제와 관련해 2010년 감사원이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메트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정 전 대표는 지인과 브로커를 통해 이를 무마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감사원 고위 관계자와 고교 동문인 P 검사가 청탁 대상으로 지목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감사가 착수한 지 4년 뒤인 2014년에야 1억원이 전달됐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당시는 P 검사가 검사장 승진에서 사실상 탈락한 시점이란 것을 감안하면 더 폭넓은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배중인 브로커-차장검사 ‘부적절한 통화’, 문제 없나=브로커 이민희(56ㆍ구속기소) 씨가 A 차장검사와 ‘부적절한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부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경지검에 재직하고 있는 A 차장검사는 지난 2월말께 지명수배가 돼서 도피 중이던 이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포폰을 통해 “수사를 받고 있다”며 상담을 요청해 온 것이다. A 차장검사는 홍만표(57ㆍ구속기소) 변호사의 소개로 이씨와 평소 알고 지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차장검사는 당시 이 씨에게 “자수해서 조사받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지만, 이 씨에 대한 정보를 특별히 수사기관에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은 A 차장검사에 대한 전화 조사에서 “사건에 개입했거나 홍 변호사 사건 수임에 관여했다는 게 확인되지 않았고 범죄행위나 징계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 차장검사에 대한 별다른 서면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깜깜이 수사’,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병상에 있는 P 검사, 제대로 수사 이뤄질까=P 검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지에 대해서도 미지수다. 그는 지난달 초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인 상황이다. 현재 실어증 증세까지 보이는 등 인지 및 판단 능력이 매우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담당 의사와 일정을 조율하는 등 필요한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당분간 직접적인 조사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P 검사 병세에 호전이 없다면 수사가 큰 진전없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사 출신의 원로 변호사는 “뚜렷한 증거가 없어서 검찰이 수사하기 어려운 점도 분명 있을 것 같다”면서도 “과거 여론이 들끓는 사건 때마다 검찰이 희생양을 하나씩 정해서 기소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양대근ㆍ김현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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