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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의 알쏭달쏭 의료상식 ⑭] ‘내 마음 속의 양치기소년.... ‘공황장애’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건설회사에 다니는 박 부장(48)은 매년 여름 휴가철만 되면 걱정이다. 박 부장의 고민은 여느 직장인들처럼 올해는 해외로 갈까? 비용은 어느 정도로 예상을 해야하나? 하는 식의 일반적인 고민이 아니다.

박 부장의 고민은 바로 부인이 가지고 있는 ‘공황장애’ 때문이다. 10여년 전부터 생긴 ‘공황장애’ 때문에 박 부장의 부인은 비행기도 타지 못할뿐 아니라 높은 숙소에 가는 것도 꺼리고 심지어 국내여행을 갈 때도 터널에 대한 공포감이 심해 차를 타고갈 때 터널조차도 피해서 가야할 정도이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 모씨(37)는 최근 6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극도의 공포감을 경험했다. 첫 증상이 있었던 것은 저녁 늦게 귀가해 아내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쉬던 중이었다. 갑작스럽게 심한 호흡곤란과 두근거림이 몰려와서 ‘아.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심장내과를 찾아가 정밀검사를 했으나 정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 후로 시도 때도 없이 그런 증상이 나타나고 빈도도 잦아지자, 결국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신과를 방문하여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들었다.

공황장애는 이처럼 우리 몸에 신체적인 위험 대상이 전혀 없는데도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 질식사, 돌연사 등과 유사한 위험신호를 보내는 경우를 말한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린다든지, 호흡이 곤란하거나, 또는 어지러우면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 마음이 몸에 보내는 일종의 ‘양치기 소년’ 내지는 ‘가짜 경계경보’인 셈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정신질환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치료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공단의 환자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09년에 4만8151명이던 공황장애 환자가 2013년에는 8만7833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연예인들도 TV속에서는 늘 밝은 모습으로 나오지만 이경규, 김구라, 이상민 씨의 공황장애 고백에 이어 최근에는 강수지 씨도 한 TV프로그램에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공황발작(panic attack)’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아무런 외부의 위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두근거림이나 호흡곤란, 어지러움과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과 동반하여 심한 불안과 두려움이 발생한다. 대개 20~30여분 정도의 짧은 시간 지속되며 쉽게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공황발작은 원래 어떤 위협에 반응하기 위한 뇌의 정상적인 작용이었으나, 뇌 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기면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잘못된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경우이다.

이런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심한 불안감, 심계항진, 어지러움, 두려움, 죽음의 공포 등을 호소한다. 전 인구의 1.5~2.5%는 이러한 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남자보다 여자에게 많으며 모든 연령층에서 발병할 수 있으나 성인기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공황장애의 초기에는 간헐적인 공황발작만이 있지만, 만성화되는 경우에는 다양한 2차적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더더욱 환자들이 괴로워지게 된다. 이러한 증상으로는 예기불안, 광장공포증, 폐소공포증, 우울증, 알콜중독과 약물남용 등을 들 수 있다.

‘예기불안’은 공황발작을 한번 경험한 후에 ‘그 끔찍한 발작을 또 맞으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공황발작이 없는 평소에도 지속적인 불안감이 나타나게 되고, 중요한 자리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 장소에서 불안감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지속적인 예기불안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몹시 지치고 힘들고 업무 및 학업능률이 저하되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광장공포증’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무섭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증상으로 공황장애 환자들의 50% 이상이 광장공포증으로 진행된다. 결국 사람들이 붐비는 백화점, 극장, 음악회장, 시내의 거리를 다닐 수 없게 되고, 차량 통행이 많은 길이나 터널에서 운전을 할 수가 없으며,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공황장애는 이처럼 심각한 사회생활의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공황장애는 ‘언젠가는 괜찮아 지겠지’하고 방치하면 저절로 좋아지는 병이 아니다. 본인도 힘들지만 무기력한 생활을 봐주던 가족도 지치게 된다. 공황장애는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70~90%의 환자는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다. 약물치료는 공황발작을 예방하거나 적어도 공황발작의 증상의 빈도나 그 정도를 경감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또한 다시 증상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예기불안을 감소시키는데도 효과적이다. 이렇게 약물을 통하여 증상이 경감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이 공황장애의 치료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비약물 치료 방법으로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바이오피드백, 정신교육 등을 들 수 있다. 공황장애의 증상에 대한 오해나 편견들을 바로잡아주고 공포의 대상이 되는 장소와 상황에 불안감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집단 인지행동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클리닉도 국내에 여러 곳 있다.

공황장애는 분명히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그러므로 ‘정신적으로 극복하기’ 이전에 생활 패턴을 돌아보고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와 함께 치료를 병행하고 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쌓아가면서 스스로의 염려와 불안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공황장애 극복의 핵심이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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