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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딱 감고 미투?…반건조 고구마까지 활개치는 미투제품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대형마트에 가면 식품 코너에 이름과 포장이 비슷한 제품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다 보면 원래 사려던 게 무엇이었는지 헷갈리기도 하죠.

리얼푸드에 따르면 오리지널(원조)과 비슷하게 만든 제품을 ‘미투(me too) 상품’이라고 부르는데요, 어떤 제품이 한번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이에 편승해 매출 발생을 목적으로 거의 유사하게 본떠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베끼기 상품이라고 할 수 있고, 해외에선 ‘카피캣(copycatㆍ모방꾼)’이라고도 부르는데 분야를 막론하고 발생되고 있지만 유독 식품 쪽에선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식품 업계에서도 한 제품이 성공하면 다른 업체들이 곧장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을 내놓는 게 일상화됐고, 일종의 마케팅의 기술이나 공식처럼 간주되기도 합니다.

올가니카의 ‘쫀득한 군고구마’(왼쪽)와 미투 제품들.

얼마 전 제과 업계에 불었던 ‘허니버터 열풍’이 대표적인 케이스라 볼 수 있습니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작년 출시된 후 품귀현상까지 나타내면서 큰 성공을 거두자 동종 업체들이 발 빠르게 이름과 맛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미투 제품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 일으켰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미투 상품의 역사가 꽤 깁니다. 식품업계 최초의 미투 제품은 초코파이에서 발생됐습니다. 1974년 오리온 초코파이가 탄생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자 바로 5년 뒤 경쟁업체에서 유사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었죠.

2011년 일어난 흰 국물 라면 열풍도 여기에 속합니다. 팔도의 ‘꼬꼬면’이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나가사키 짬뽕(삼양)’,‘기스면(오뚜기)’과 같은 미투제품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2014년엔 삼양식품에서 ‘불닭볶음면’을 출시해 매운맛 볶음라면 시장에 불을 붙이자 흡사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었죠.

최근 내추럴 스낵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반건조 고구마 제품도 미투상품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내추럴 푸드 기업 올가니카가 만든 ‘쫀득한 군고구마’가 인기를 모으자 제품명과 패키지를 거의 똑같이 만들어 파는 업체들이 생겨난 것이죠. 초록마을의 ‘쫀득한 군고구마말랭이’나 경성미가의 ‘쫀득한 군 고구마’입니다. 상표 및 다자인에 대한 특허 규제 법망을 교묘히 피한 사례인데요, 제품명 뒤에 몇 자를 더하거나 띄어쓰기를 해 차이를 두는 식으로 미투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해태제과의 ‘허니 버터칩’(왼쪽)과 미투 제품들.

미투 상품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긴 합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 이후 후발 업체들이 경쟁사의 브랜드를 모방하면서 할인점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비교적 낮은 값에 제품을 공급, 가격 융통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또 시장에서 1위 브랜드의 독주를 견제함으로써 독점을 막고, 여러 업체들의 동참을 유도해 시장 규모를 확대할 수 있으며 이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혀줄 수 있다는 주장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접근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미투 상품이 난무하게 되면 식품업체들이 가져야 할 제품 개발에 대한 의욕과 사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는 측면에서입니다.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투입해 신제품을 출시한 회사 입장으로선 매출이 오르더라도 미투 제품 업체와 시장 이익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급기야 제품이 롱런하지 못할 경우 개발비는 손실로 돌아오는 피해를 입게 되기도 합니다.

꼬꼬면을 필두로 형성됐던 흰 국물 라면 시장이 오래가지 않아 사라진 것을 보면 미투 제품이 시장의 파이를 키워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다 떠나서 선발 업체의 제품을 모방한다는 것 자체가 공정 경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비도적적 상술이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법 규제 수위는 미투 제품에 관대한 상황입니다. 이름과 맛, 포장 등이 비슷하면 상표권이나 특허권 분쟁,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처벌이 용이할 것 같지만, 자세한 권리 범위를 따지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투제품, 그저 업계 관행으로만 봐야 할까요. 미투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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