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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농약살포 예고제’ 필요하다 -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강원도 시골에서 7년째 살고 있는 필자가족은 많은 비가 내린 다음날이면 습관적으로 창문을 닫는다. 맑게 갠 날 창문을 열어두지 않고 되레 닫는 이유는 주변 밭에서 거의 어김없이 농약을 살포하기 때문이다. 이는 농촌 어디서나 흔히 겪는 일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미세먼지 파동으로 건강과 환경문제가 다시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농촌에서의 농약 사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농약의 사전적 의미는 ‘농작물에 해로운 벌레, 병균, 잡초 따위를 없애거나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는 약품’이다. 인체에 해롭고 자연환경을 오염시키는 부정적인 면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런 관대한 표현이 무절제한 농약남용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사회에서 농약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최종 생산된 농산물 먹거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잔류농약이 발견되었을 때다. 또 이따금 도시의 아파트단지 내 조경수나 잔디에 뿌려진 농약이 뒤늦게 ‘맹독성’인 것으로 밝혀지기라도 하면 신문과 방송에서 야단법석을 떤다.

그러나 정작 농촌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광범위하게 살포되는 농약 남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얼핏 농사짓는데 필요한 ‘약’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농약의 원천적인 문제는 바로 농촌에서의 오남용에서 비롯된다.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먹거리의 과다한 잔류농약은 농사지을 때 농약의 남용이 주원인이다. 이는 또한 물과 공기, 땅을 오염시켜 물 좋고 공기 좋다는 시골생활에도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시골 전원주택 및 농가주택은 대개 농지와 최소 1~2면은 접해 있다. 외따로 숲속 오지에 집을 짓고 살지 않는 한 농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농지와 접한 전원주택은 수시로 뿌려대는 농약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일쑤다. 창문과 된장 항아리 뚜껑을 열어놓고 이불과 빨래를 널어놓았는데,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농약이 살포되곤 한다. 이쯤 되면 ‘농약 테러(?)’라 할만하다.

“정작 본인들은 방독면에 보호복까지 갖춰 입고 농약을 살포하면서도 그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도시보다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찾아 내려온 시골이건만 되레 더 반자연적이고 비인간적인 상황을 자주 겪게 됩니다. 실망을 넘어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한 귀촌인의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농약은 더 이상 ‘약’이 아닌 ‘독’이다. 실제 농약은 그 주된 용도가 잡초나 벌레를 죽이는 것이다. 잘못 먹거나 마시면 사람에게도 치명적이다. 사전 예고 없이 마구 살포되는 농약은 ‘농산물 잔류농약’보다 인체에 훨씬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해를 끼친다.

건강과 환경문제는 농촌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농부가 농약을 살포하기 전에 해당 논밭, 과수원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스마트폰 전화나 문자로 사전에 이를 통보하도록 하는 ‘농약살포 예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1년 정도 계도기간을 두되 불이행시 벌금 등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힐링을 찾아 전원으로 향하는 도시민들이 급증하고 있는 귀농귀촌시대에 농약살포 예고제 도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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