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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검찰 수사] “회사를 왜 남에게 팔아?”…‘신격호 어록’으로 돌아본 檢수사 향방은?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돌연 입원 병원을 옮긴 신격호(94ㆍ사진) 총괄회장의 행보가 연일 주목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광복 이후 1949년 일본에서 롯데를 창업해 무수한 시련과 고난을 딛고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폐쇄적이면서 ‘그들만의 리그’식 경영 철학을 고수하면서 결국 검찰의 칼날을 스스로 불러들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과거 어록들을 정리해봤다.

▶“회사를 왜 남에게 파느냐?”=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06년 롯데쇼핑의 상장을 추진할 당시 신 총괄회장이 “회사를 왜 남에게 파느냐”며 신 회장을 질책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신 총괄회장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호텔롯데 상장 여부를 놓고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당시 증인으로 참석했던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은 신 총괄회장의 100% 승인을 받은 일”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제 신 총괄회장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9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롯데는 상장사가 8개에 불과하다. 일본 롯데는 상장사가 아예 한 곳도 없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신 총괄회장은 ‘무차입 경영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잘 하지도 못하는 분야에서 빚을 내서 사업을 방만하게 벌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그의 경영 원칙은 1990년대 후반 IMF 사태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무차입 경영 원칙은 오히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는 계열사의 내부 거래 비중이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회사로 알려져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을 때도 5~7개의 계열사가 함께 투자하는 방식을 고수하며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 이런 내부거래와 해외 기업 인수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수백억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너 나가!”=지난해 경영권 분쟁 사태가 일어났을때 신 총괄회장은 일본 도쿄로 건너가 롯데홀딩스 임원들을 모아놓고 직접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고를 지시했다. 오너가 주요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으로도 유명해졌다.

비자금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이일민(57) 롯데 전무도 이 같은 ‘손가락 해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신 총괄회장을 보좌했던 이 전무는 ‘형제의 난’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해고됐다. 이후 이 전무는 신 총괄회장 금고에 보관된 현금과 자료를 박스에 담아 자신의 처제 집으로 옮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박스 안에는 롯데가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현금 30억원과 중요 서류뭉치가 담겨 있었다.

▶“서울에 세계 최고 높이 제2롯데월드 짓는 것이 여생의 꿈”=신 총괄회장은 서울 잠실에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하는 것을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삼았다. 하지만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구설수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갑자기 제2 롯데월드 건축 승인 결정이 내려지고 완강하게 반대했던 공군도 기존 입장을 선회하면서 야당으로부터 ‘특혜 논란’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현재 검찰은 제2 롯데월드 인ㆍ허가 과정과 관련해 “수사할 단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롯데건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관련된 단서가 나올 경우 지난 정부 인사들까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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