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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카센터 수입차 스마트키 '정식 복제' 가능해질까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1. 지난해 독일 브랜드 수입차를 타던 김모씨(38)는 스마트키를 분실해 해당 브랜드 공식 서비스센터에 신고했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공식서비스센터에서 별도로 스마트키를 제작하지 않고 있어 독일 본사에 의뢰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 본사가 지정한 곳에서만 정식으로 스마트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제작된 스마트키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온 건 보름이 지난 후였다. 직업 특성 상 운전이 잦은 김씨는 이 기간 단기 렌터카를 이용했다. 스마트키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서 김씨는 50만원 가까이 되는 비용과 함께 단기 렌터카 이용 요금도 부담해야 했다.

#2. 2년 전 또 다른 독일 브랜드 수입차를 타던 최모씨(40)는 스마트키를 분실해 비용 폭탄을 맞은 적이 있다. 역시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제작이 불가능해 해외 본사에 맡겼는데 스마트키와 함께 키박스까지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지서 제작한 스마트키에서 나오는 주파수가 국내 사용 주파수 대역에 맞지 않아 스마트키를 인식하는 키박스까지 아예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최씨는 2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지불하고 나서야 차를 정상적으로 몰 수 있었다.

각종 수입차 스마트키 순서대로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크라이슬러, 닛산


국산 자동차와 달리 수입차의 경우 스마트키를 분실했을 때 상당 기간이 걸리고 최악의 경우 막대한 비용까지 들 수 있어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불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수입차 업계서 고질적인 개선사항으로 꼽혀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자동차제작자등의 자동차정비업자에 대한 기술지도ㆍ교육 및 정비 장비ㆍ자료 제공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키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켰다. 일반 정비소들이 수입차 수리를 무리없이 할 수 있도록 수입차 업체들이 각종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는데 이 때 스마트키 정보도 함께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스마트키야말로 최우선적으로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며 외부 정비소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수입차 업체 간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가장 꺼려했던 부분이 범용진단기 제작에 대한 데이터 제공과 이모빌라이저(스마트키)복제였다. 수입차 업체들은 제도 시행날짜인 3월 30일부터 당장 민감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해 당장 1년 동안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예됐다.

문제는 유예기간은 점점 줄고 있는데 3개월째 된 지금 스마트키에 대한 이견은 전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 요청으로 1년간의 유예시간을 줬다. 이 기간 동안 수입차 업체들이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유예기간 종료 후 스마트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비업계서도 수입차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최병철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carpos) 상무는 “차량의 모든 장비가 전자화돼 있기 때문에 소스를 공개해야 제도의 취지에 맞게 외부 일반 정비소에서도 정상적인 정비가 가능하다. 스마트키가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수입차 업체들이 주어진 유예기간 동안 스마트키를 포함 그동안 독식했던 정보들을 일반 업체들에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안시스템 준비를 수입차 업체에만 전적으로 맡기는 것보다 정부도 적극 나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 미국에서 스마트키 정보 제공 관련해 법적으로 관리되는 곳은 캘리포니아주뿐이다. 이 곳에서는 정부 주도로 FBI와 보험사에도 관련 정보가 제공돼 범죄로 악용되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또 스마트키 복제를 하는 담당자는 미국열쇠협회에서 지정한 단체와 정부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등록돼 있어 누구나 개인 작업자에 대해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키에는 개인정보도 포함돼 실제 스마트키 정보에 접근하는 담당자가 투명하게 관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은 정부 주도 없이 움직이지 않겠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주도로 제도가 도입돼 외부 정비업체들에 교육할 수 있는 준비는 하고 있지만 스마트키처럼 민감한 내용에 대한 교육 계획은 전무한 상태다.

이러는 동안 사설업체들을 통해 변칙적으로 스마트키를 복제하는 경우는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이 철저히 비밀리에 관리하는 정보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전자장비 시스템 상 오류를 불러올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수입차 업체들은 지적한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외부 업체를 통해 스마트키를 복제했다가 결국 장비 상 오류가 발생해 이를 복구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외부 업체를 통해서는 스마트키 시스템 안전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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