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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을 몰아낸 초코바‘포장된 쾌락’
흔히 중독은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 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그런 물질과 행위가 커피와 담배, 설탕, 빵, 게임, 음악 등 생활 전반으로 확장하면서 중독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중독은 무절제와 탐욕 등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실은 우리 욕망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꿔버린 산업화가 주 요인이라 할 만하다. 저자들은 이를 ‘포장된 쾌락의 혁명’으로 부른다.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동녘)에서 저자들은 테크놀로지가 생산성 향상이나 노동과정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 뿐만이 아니라 감각을 재구성한데 주목한다. 더 쉽고 빠르고 과도하게 신체적 욕망을 충족시키는게 가능해진 것이다. 가령 선사시대에는 과일을 통해서 단맛과 영양을 받아들였지만 한 세기전부터는 기계를 통해 설탕범벅 식품들을 수시로 먹고 있다. 초코바가 당근을 몰아내고 사과까지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선사시대 힘겹게 사냥한 사슴, 토끼와 조류의 고기에서 지방은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소고기는 지방이 36%나 된다. 우리는 고기를 얻는데 실질적으로 에너지를 전혀 소모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방을 잔뜩 섭취하고 있다.

욕망과 희소성 사이에 존재했던 길항 관계가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단절된 것이다. 쾌감은 생존의 필요성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가령 밝은 색이나 특정한 형태, 특정한 동작 등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먹을 것,위험한 것, 짝짓기 상대 등을 멀리서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희소성이 사라지고 도처에 넘쳐나는 포장된쾌락은 감각경험의 강도를 갈 수록 높이고 있다.

카카오나무에서 허쉬 초콜릿이 되기까지, 목소리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축음기에서 MP3플레이어로 나오기까지 욕망의 산물의 진화과정과 다국적 기업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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