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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국민 정서법의 덫
그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궁금했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얘기다.

금융당국이 김 회장에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한 것은 지난달 말이다. 지난 2014년 11월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주식(62만주, 7억3000만원)을 미리 팔아 2억7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이상한 건 당시 시세 이상의 가격으로 동부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김 회장이 갑자기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주식을 팔았다는게 언듯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김 회장 일가가 당시 보유한 주식은 1500만주에 달했다. 그중에 달랑 62만주만 판다는 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지난 2014년 11월 29일부터 발효된 차명거래 금지법 때문이었다. 과거엔 가산세만내면 차명거래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새 법 이후엔 실소유주뿐 아니라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처벌(5년이하 징역, 5000만원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게다가 차명 재산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면 신고 누락 소득에 대한 세금이 나온다. 출처가 명확해도 과거에 발생한 금융소득에대해 추가적 소득세 납부의무가 발생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되돌리려면 증여세가 발생한다. 가만 두면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

김 회장은 이미 2011년에 국세청에 차명 주식들을 모두 신고하고 180억원에 달하는 세금까지 다 납부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62만주는 그동안 처리하지 못하고 남은 물량이다. 김 회장으로선 새 법이 발효되기 전에 파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마침 그 시점이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시점과 한 달여밖에 차이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차명계좌와 차명재산 자체를 두둔 할 수는 없다. 이러나 저러나 불법이다.

김 회장의 행적엔 공과가 분명하다. 그래서 선망과 비난이 공존한다. 20대 대학생 시절 건설회사(미륭건설)를 세우고 이역만리 중동땅에서 달러를 벌어 거대 기업을 일군 그의 능력은 오늘날 청년 창업의 롤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뭔가 성취감 있는 사업을 일궈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기업인으로서의 경영 철학도 본 받을만 하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철강, 그리고 첨단 농업까지 그가 벌인 사업들중 상당수는 그런 성격을 지닌다.

그럼에도 한남동 개인 집까지 포함해 줄잡아 7000억원의 사재를 털어 넣으며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는 모습은 오너 기업인으로서 흔치 않은 일이다.

동부그룹은 이제 2년여의 힘든 구조조정을 끝내고 재기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재계서열 26위의 대기업집단에서 45위의 중견기업으로 내려앉은 동부그룹의 부활은 김 회장의 손에 달렸다. 그걸 진두지휘해야 할 김 회장이 ‘국민 정서법’의 덫에 빠져 파렴치한 기업인으로 낙인 찍는 건 너무 가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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