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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법조사처 “테러 위협 틈타 국정원, 군 권한 무분별 확대 우려”
- 6월부터 시행되는 테러방지법 시행령 논란

- 국정원 권한 확대 됐지만 대테러센터 조직ㆍ운영 규정 없어

- 계엄도 아닌데 군 병력 민간 투입 가능해져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국내외에서 테러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가에 의한 개인 인권 침해 논란으로 야당의필리버스터를 불러왔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하 테러방지법)’ 시행령이 지난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시행령에 대해 “군과 정보기관이 시민을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은 대폭 확대했지만 이를 견제할 만한 수단은 갖추지 못해 위헌적 요소가 크다”고 비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형혁규ㆍ김선화 입법조사관은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서 “(테러방지법이) 입법 당시부터 국가정보기관의 권한 남용 가능성으로 야당이 퇴장한 채 통과됐다”면서 “모법과 마찬가지로 시행령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령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아래 대테러 활동을 총괄ㆍ조정하는 대테러센터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테러 예방과 대응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인권보호관을 두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국정원은 대테러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테러정보통합센터’와 ‘대테러합동조사팀’을 설치,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활동도 직접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지역과 공항ㆍ항만 테러대책협의회 의장도 맡는다. 게다가 국정원은 테러방지법과 함께 통과된 금융정보분석원법에 따라 테러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의 계좌 정보를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두 입법조사관은 “이는 국정원에게 정부기관과 행정기관 전반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라면서 “특히 지역테러대책협의회장을 맡은 국정원이 지역 내 국가행정체계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대테러센터의 조직ㆍ정원 및 운영에 관한 구체적 규정은 시행령에서도 마련되지 않았다. 모법인 테러방지법에서 대테러센터의 조직에 대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지만 시행령에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 보고서는 국정원이 대테러센터를 통해 권한을 남용하더라도 외부에서 통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은 “관련 직제는 정부조직과 관련된 다른 법령처럼 별도의 직제로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는 “테러방지법이 대테러센터의 조직에 대한 기본 사항을 정하고 있는 만큼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사항까지 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테러방지법 시행으로 군이 민간 치안에 미치는 영향 역시 한층 강화됐다.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가 군사시설 밖에서도 경찰의 대테러 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시행령 제18조 4항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력의 제한으로 지원이 필요한 경우’와 ‘대책본부의 장의 요청’을 전제로 했지만 군이 민간에 투입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은 셈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고서는 “헌법상 비상계엄 시에만 민간에 대해 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 규정이 시행령에 포함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자칫 군의 민간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규정을 법률도 아닌 시행령에 넣은 것은 위헌 요소가 크다는 설명이다.

초대 대테러센터장 인사에서도 군의 확대된 영향력이 확인된다. 최근 정부는 초대 대테러센터장으로 문영기(57) 전 육군 특수전 사령부 부사령관을 임명했다. 당초 센터장에는 원경환(56)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차장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민간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대신 군 출신 인사가 그 자리를 꿰찬 것.

이처럼 군과 국정원의 권한이 무분별하게 확대됐지만 이를 견제할 인권보호관의 권한은 제9조 ’시정 권고‘ 외에는 거의 부여돼 있지 않아 시민의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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