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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계열사 조직적 증거인멸 3년전과‘판박이
공정위 2013년 롯데마트 조사
포맷등 체크리스트 닮은꼴


롯데그룹 각 계열사들이 압수수색 직전 조직적으로 자료를 파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이 사정당국의 조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각 부서 컴퓨터를 포맷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됐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9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기정 의원이 롯데마트 내부 문건을 공개하면서 처음 드러났다. 강 의원이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향후 불공정행위로 적발시 수습이 힘들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

첨부파일에는 ‘납품업체에 부당행위를 강요한 서류 등 삭제’, ‘주요 전산 시스템 차단 준비’ 등을 지시한 체크리스트도 있었다.

PC 포맷은 각 부서별로 시간표를 짜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다음날 새 운영체제를 설치해주겠다는 내용의 메일이 추가로 발송됐다. 롯데마트는 메일을 확인 후 반드시 삭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최근 5년간 네 차례에 걸쳐 롯데마트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진행됐지만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시 국감에서 롯데마트의 이러한 증거인멸 정황을 몰랐다고 밝혀 ‘부실조사’라는 질타를 받았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공정거래위는 올 1월 전원회의를 열어 뒤늦게 롯데마트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심의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롯데마트 영업본부장 등 관계자들이 출석해 진술을 마쳤고, 지난달 심의를 마무리해 조만간 롯데마트 측에 의견서를 통보할 예정이다. 그러나 강 의원은 “공정위가 롯데마트의 은폐 정황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해 대부분의 적발 내용이 단편적이었다”며 조사결과의 한계를 지적했다.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거나 공정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의견은 그래서 나온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드러난 롯데그룹 각 계열사의 증거인멸 방식은 3년전 공정위 조사방해 때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발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경우 잘 알려지지 않은 자료삭제 프로그램 WPM(Wipe Manager)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전자문서들을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B&F 통상 역시 ‘정운호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메인서버 하드디스크와 전자문서를 모두 파기하고 직원들의 PC 포맷을 지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은 “증거인멸로 입건할 만한 롯데 관계자들이 제법 있지만 수사의 본말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는 선행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심각한 증거인멸에 대해선 수사방해에 입각해 조사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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