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근로자 아닌 근로자들…가사돌봄 근로자는 서럽다
파출부·간병인등 99%가 여성
근로기준법상 ‘가사 사용인’ 분류
총 30여만명…대부분 비정규직



“체중이 나가는 환자들이 손도 까딱 안하고 누워 있는 상황에서 일으키다 보면 허리가 삐끗하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됐는데 결국 내 돈으로 침만 맞고 말았어요.”

한 종합병원에서 간병일을 하는 김모 씨는 이른바 ‘돌봄노동’을 하는 가사돌봄근로자다. 말은 근로자지만 근로기준법에는 ‘가사 사용인’으로 분류돼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근로자가 아니다 보니 임금교섭 등 노동 3권을 보장받지못하는 것은 물론, 산재ㆍ고용ㆍ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가입률도 턱없이 낮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데다 제도적으로 배제되다보니 이들의 빈곤과 권리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와 최저임금법 제3조는 각 법의 적용 대상에 대해 “가사사용인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외 임금채권보장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근로자보호법 등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법적 권리로부터 소외된 상황이다. 가사돌봄노동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가사돌봄노동자가 사용자의 집에 거주하면서 일을 하던 시기에 일종의 ‘하인’이나 유사가족으로 여겨지던 시기의 관습이 법제화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근로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이들이 겪는 제도적 소외는 다방면에 걸쳐있다. 2013년 현재 27만여명의 가사돌봄근로자 중 99.1%는 여성이다. 사실상 가사돌봄노동 자체가 여성의 일인 셈이다. 이들 중 4대보험 가입율은 6~7% 수준에 그친다. 산재보험은 특히 그 비율이 낮아서 4% 수준이다. 전체 여성 근로자의 34~40%가 4대보험에 가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다보니 보험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정작 일거리가 없거나 일하다 다치더라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가사돌봄근로자들은 평균 1년에 100만~200만원의 근골격계 질환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이들이 법적 보호를 받는 근로자였다면 산재 처리됐을 돈이다.

장시간 힘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70.7%는 근로 시간에 따라 50만~150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가사서비스는 시간당 1만원에 기본 4시간, 간병의 경우 24시간 개인간병은 1일 7만원, 공동간병은 1일 5만원 선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가사돌봄근로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보호입법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지만 준비단계에서 무산됐다. 한국YWCA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입법의 조속한 추진과 정부의 ILO 가사노동자협약체결을 촉구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