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롯데 검찰 수사] 차명의심 계좌, 수상한 계열사 주식 거래…속속 드러나는 롯데의 ‘검은 손’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횡령을 하면 조세포탈은 부수적으로 붙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 배임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비자금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수일가의 횡령 배임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일본 회사들이 있고, 모든 한국 내 기업들의 지배권을 일본 기업이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국내기업과 모기업간의 자산거래 등을 통해 돈이 나갔다면 그 부분에 대해 횡령, 배임 등 기업범죄에 해당하는지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은 계열사가 93개나 되지만 상장기업은 8곳 뿐이어서 상당히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계열사 대부분이 경영상황을 공시할 의무가 없는 비상장사라는 이야기다. 롯데는 그룹이 국내와 일본으로 나뉘어 있어 정확한 지배관계나 돈 흐름도 파악하기 어렵다. 주력인 유통업은 기록에 남지 않은 현금 흐름도 많다. 이런 환경은 신격호(94) 총괄회장, 신동빈(61)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비자금을 조성하기 더없이 좋은 구조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총수 일가의 횡령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수사에 집중하는 것은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개설한 것으로 보이는 ‘차명’ 재산을 추적하는 것이다. 비상장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 등을 통해 마련한 비자금을 차명 계좌 등을 통해 관리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1, 2차에 걸친 대규모 압수수색과 총수 일가 자금 관리담당 임원 조사를 통해 그룹 정책본부(비서실 포함) 주도로 다수의 차명 주식이나, 차명 계좌를 관리해온 단서를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임직원 명의 계좌 중에 한꺼번에 1억원이상 거래된 계좌, 거액의 자금이 특정 기간 반복적으로 입출금된 계좌 등을 중심으로 차명 의심 계좌를 압축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 서미경 씨 등 가족이 운영하는 일부 회사도 사실상 신 회장의 차명 회사라는 정황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겼고, 이 돈이 신 회장의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주목하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 소유의 스위스 소재 페이퍼컴퍼니인 로베스트를 통한 비자금 조성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추적이 어려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비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이다.

실제 이 회사는 2010년 보유 중이던 롯데물산 주식을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미도파, 롯데역사 등 계열사 4곳에 시장 평가액보다 2배 이상 비싼 금액으로 팔아 총 9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열사 간 주식거래를 통해 로베스트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줬다는 이야기다. 롯데그룹 측은 로베스트에 관한 모든 의사 결정이 일본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로베스트는 2014년 신 총괄회장에 900만 달러(약 100억원)가량을 송금해 당시 금융감독원이 위법성을 조사하기도 했다.

로베스트로 유입된 롯데 계열사들의 자금 규모, 사용처 등을 밝혀 내는 것 또한 검찰의 과제로 남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며 “제기된 의혹들 전반을 수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