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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포, 탐욕과 공포 사이 ③] 소외된 구마을 주민들…고개만 돌리면 타워팰리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장마철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초여름비가 오락가락한 16일, 강남구 개포1동 일대 ‘구마을’을 찾았다. 개포주공1단지에서 선릉로 쪽으로 난 출입구로 빠져나오면 만나는 작은 마을이다.

도로변에 펼쳐진 상가건물을 뒤로하고 100m를 들어가니 거리 풍경이 달라졌다. 적벽돌을 쌓아 지은 아담한 2층짜리 단독주택 여러 채가 눈에 들어왔다. 울타리는 허리 높이여서 마당 안쪽이 들여다 보였고, 대개 출입문은 열려 있었다. 어느 소도시의 한적한 주택가를 떠올리게 했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타워팰리스가 여기가 서울, 그것도 강남임을 알려줬다.

개포주공1단지 맞은편 선릉로를 따라 조성된 개포 구마을 상가.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면적이 3만1512㎡쯤 되는 이 일대는 80년대 개포지구가 대규모 택지지구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단독주택지로 조성된 곳이다. 아파트 자리에 살던 원주민들도 일부 이쪽으로 옮겨왔다.

지난 4월 말 열린 서울시 도시ㆍ건축위원회(도건위)에선 이곳 구마을을 포함한 개포택지개발지구 내 3개 구역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했다. ▷일원동 대청마을 ▷도곡동 타워팰리스 일대가 포함됐다. 애초 개포 택지개발 과정에서 단독주택용지로 설정됐던 탓에 건축에 제한을 받았던 곳들이다. 2004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아파트 재건축이 추진됐으나 무산됐다. 그러면서 구마을과 대청마을은 아파트 바다 사이에 작은 ‘섬’처럼 남겨졌다.

도로변에서 안쪽에는 이런 주택가가 펼쳐진다. 대개 2~4층짜리 단독주택이다. 멀리 타워팰리스가 보인다.

시 도건위는 이들 지역에 근린생활시설, 다세대ㆍ연립주택 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개포동 구마을 안에 1종주거지역으로 설정된 6개 필지는 2종주거지역으로 높인다. 2종주거, 준주거지역인 주변 필지와 비교해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구마을에는 1종, 2종, 준주거 등 용도지역이 뒤섞여 있다. 이런 내용이 담긴 지구단위계획안은 이달 말까지 주민 재열람을 거친 뒤 서울시가 최종 고시한다.

여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동네는 아니었다. 한적한 마을 분위기를 닮았다. 21년째 구마을에 사는 주민 박모 씨는 “주변 5층짜리 아파트 시세가 몇억씩 올랐다는 얘기가 들릴 때마다, 이쪽 사람들에겐 다 딴 동네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환경이 나아질 수 있다”는 소박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이곳 서울공인 김진호 대표는 “이곳 단독ㆍ다가구 3.3㎡당 시세는 3000~3500만원쯤 나간다”고 했다. 시에서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호가가 500만원쯤 올랐다는 설명이다. 실제 165㎡쯤 되는 단독주택지가 3.3㎡당 3000만원 수준에 거래되기도 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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