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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회사, 혈세 넣어 살려야 하나” 대우조선의 모럴해저드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재래식 화장실 문을 뜯어냈더니 악취가 진동한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진행되면서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보은 인사 자리로 여긴 정치권과, 감독을 소홀히 한 대주주 산업은행, 부실하게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 최말단에 있는 현장 직원들까지 모두가 악취나는 뒷거래에 몸을 담갔다. 대우조선에 투하된 공적자금은 7조원이 넘는다. 혈세다. 한국 전 국민들에게 10만원씩을 돌리고도 남는 돈이 투하됐지만, 회사는 망가졌다. 업황 악화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도덕적 해이다. ‘남의 돈’은 헤프다.


차장급이 180억 횡령= 40대 차장급 인사 임모씨가 대우조선해양 회사돈 180억원을 지난 2008년부터 8년 동안 횡령했다. 물건을 샀다며 회사에 제출한 거래 명세표는 가짜였다. 회사에 허위로 보고된 물건 대금은 임씨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임씨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부산 지역 상가에 투자하고 주식도 했다. 고급차도 굴렸다. ‘꼼꼼한’ 그는 명예퇴직을 신청해 퇴직금 1억원도 받아 나갔다. 14일 검찰은 임씨를 구속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임씨의 범행이 8년 동안이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임씨의 범행을 인지한 것은 올해 2월이다. 회사측은 피해액이 60억원 가량 된다며 고발했으나 검찰이 수사해보니 무려 3배를 임씨가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임씨의 범행은 업황 악화로 본격적으로 회사가 기울기 시작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하되던 시기에 임씨가 빼내간 자금은 사실상 세금이었다. 남은 대우조선 직원은 더 걱정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임씨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도매금으로 ‘횡령범’ 낙인이 찍힐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장 직원 1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윗물이 썩자 아랫물도 썩은 것이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정조준하고 있는 남상태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의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남 전 사장의 ‘연임로비’가 가능했던 것도 이런 ‘뒷배’ 덕분에 가능했다. 또 2008년 이후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선임된 인사 11명 가운데 7명이 정관계 인사들이었고, 현 정권 하에서도 7명 가운데 5명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세금을 굴린 산업은행 측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감시견’ 역할을 해야했던 회계법인은 뒤바뀐 ‘갑을 관계’ 하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총체적 부실 속에 ‘남의 돈’인 세금은 펑펑 남용됐다.

노조는 ‘파업 결의’= 상황이 이런데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전날 85%의 찬성률로 파업 결의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투표 전 “투표 분위기가 좋다”고 전망했다. 파업 결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자, ‘끝장을 보자’는 의지로도 읽혔다.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 결의안을 들고 나온 것은 방산 부문 분리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올해 하반기 인도될 해양플랜트 물량이 줄줄이 대기중인 것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주 잔고가 바닥인 상황에서 당장 일감이 없어진 생산직 직원들이 고용 불안을 느낀 것이 높은 파업 찬성률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노조가 벌이고 있는 회사측을 향한 ‘싸움’이 결국 국민 세금을 사이에 둔 흥정이란 점 때문이다. 현재까지 대우조선에 들어간 공적자금은 7조원이 넘는다. 회사가 회생할 때까지 얼마의 자금이 더 투하돼야 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해 10월 4조2000억원을 지원받을 때 ‘쟁의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동의서도 제출했다. 그랬던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 결의안을 가결 시킨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한편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결의안을 가결시킨 바로 같은 날, 한진중공업은 임금단체협상 권한을 회사에 위임한다고 밝혔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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