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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클린디젤’ 외친 정부가 결자해지를…
“자동차명장인 남편은 경유승용차 도입에 끝까지 반대했었죠” 며칠전 마주한 한 공무원이 불쑥 던진 말에 귀가 솔깃했다. 자동차정비 국내 1인자가 미세먼지가 이슈화되기 한참 전인 2000년대 초반에 경유승용차를 반대했다니…. 2002년 정부공인 1호 자동차명장인 박병일 교수와 긴 전화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해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디젤엔진을 승용차까지 확대한 정책은 맞지 않고, 기술적 한계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디젤엔진은 전자식에다 고압펌프와 인젝터 등을 통해 출력을 향상시킨 ‘커먼레일’(Common Rail)식이다. 과거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줄어 가솔린엔진과 비슷해졌지만 매연만은 그대로다. 매연규제 강화에 대응, 필터를 사용하는 매연저감장치(DPF)와 배기가스를 재연소시키는 EGR, SCR 등이 나왔지만 문제는 이 장치들은 디젤의 장점인 출력과 연비를 떨어뜨린다.

“오죽했으면 세계최고 기술을 가진 독일 폴크스바겐이 조작하는 사건을 저질렀겠는가. 그만큼 기술이 법규를 쫓아가지 못하니까 조작이 나온 것이고, 그만큼 완벽하지 않은 엔진이 디젤엔진이다”라는 것이 박명장의 진단이다.

저감장치들도 영원한 게 아니다. 2년 정도 지나면 기능이 떨어지고 5년쯤 지나면 옛날 디젤엔진과 차이가 없어져 오염물질을 그대로 내뿜는다. 그래서 ‘언제 디젤엔진을 점검하고 수리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줘야하지만 ‘디젤차는 별로 안 좋은 차’라는 인식을 줄까봐 제조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정부도 애써 방관했다. 매연 저감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교체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 강화된 환경규제를 만족시킬 저감장치개발이 디젤차 회생의 관건이지만 현재 기술개발속도로는 규제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유차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친환경차’로 인식되면서 한때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2005년 경유승용차를 도입한 우리 정부는 ‘클린디젤’을 외치며 확산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산화탄소만 빼면 오염물질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경유차는 이제 ‘더티디젤’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런데도 현재 경유차 정기검사항목에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은 빠져 있다. 가솔린차는 측정하면서 정작 경유차는 하지않는 말이 안되는 상황은 정부가 지난 3일 미세먼지대책에서 정기검사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간 정부는 측정장비가 비싸다거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미온적이었다.

윤성규 환경장관은 최근 “정부가 ‘클린디젤’을 홍보한 것은 중대한 시행착오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그동안 판매된 경유차의 매연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제조사가 나서서 정비나 관리방법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대기업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서 결자해지하는 마음으로. 김대우

정책섹션 차장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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