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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60대 여성‘등산포비아’
건강 관심 나홀로 등산 많아
수락산·사패산등서 잇단 참사
“남성만 봐도 불안감” 호소
치안 사각지대 대책 서둘러야



최근 여성 등산객들 사이에 ‘등산 포비아(phobiaㆍ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유명 등산로에서 50ㆍ6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 잇따르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특히 등산로가 치안 사각지대로 밝혀지면서, 산악 지대의 치안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경찰과 관련 학계에 따르면 ‘나홀로’ 여성 등산객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치안 공백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등산 포비아’를 느끼고 있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1위가 ‘등산’일 정도로 등산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높은 50ㆍ60대 여성 등산객들이 집에서 가까운 산으로 혼자 등산에 나서면서 등산로 범죄에 쉽게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등산로 초입에서 수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60대 여성 등산객 살인 사건과 이달 8일 경기도 의정부 사패산 등산로에서 돗자리 위에 엎드려 숨진채 발견된 50대 여성 등산객 사건 모두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목격자가 드물고,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피의자의 자수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의 피의자가 누군지 지목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장기화됐을 가능성도 높았다는 지적도 있다.

평소 나홀로 등산을 즐긴다는 김모(52ㆍ여) 씨는 “등산로를 올라가는 초입에 있는 CCTV를 제외하고는 어느 곳에서도 내 자신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보니 불안하다”며 “사건이 있고 난 뒤부터는 산에서 혼자 등산 온 남성만 마주쳐도 흠칫하고 괜히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경계하며 불안한 산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등산로의 경우 입구가 여러 곳에 흩어져있고 경로도 다양해 치안 부재 상황은 불가피하다는 것. ‘수락산 살인사건’ 피의자 김학봉(61) 씨도 경찰 조사에서 “사람이 많은 도심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피해자가 쉽게 도움을 구하거나 도망갈까봐 등산로를 범행 장소로 택했다”고 말하며 등산로의 치안 부재 상황을 노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치안의 부재 상황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며 “국가의 한정된 예산으로 사람이 몰리고 밀집된 곳을 중심으로 치안 시스템을 마련하다 보니 등산로처럼 치안이 소홀한 곳이 만들어 질 수 밖에 없다”며 치안 시스템 구축의 한계에 대해 말했다.

따라서 치안 사각지대에 대한 ‘협력 치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도 치안이 자신만의 독과점 분야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며 “관련 업체와 공조나 산악회, 해병전우회 등 각종 공동체와 협력을 통해 등산로나 산책길의 치안을 관리하는 것도 노력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50~60대 여성은 20~30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신변 안전에 대한 관심도 낮았고, 사회적인 관심 역시 낮았던 측면이 있었다”며 “50-60대 여성 등산객들도 스스로 신변 안전 및 보호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의정부=신동윤ㆍ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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