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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젤스캔들 9개월째]겉도는 리콜, 속타는 차주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지난해 폴크스바겐그룹의 디젤스캔들이 터진 지 9개월째, 우리 정부가 12만5000여대 조작차량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린 지 7개월째가 됐다.

하지만 리콜이 시작조차 되지 못하면서 기준치 보다 최대 8배 가까이 질소산화물을 내뿜는 ‘조작차량’은 아직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리콜 방침 발표 이후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하고 번번이 무산되면서 미세먼지 원인으로 직결되는 차량들이 여전히 국내 도로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차량을 소유한 차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받으며 속만 타들어가고 있는상황이다. 

환경부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리콜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환경부가 폴크스바겐, 아우디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헤럴드경제DB]

리콜이 계속해서 무산된 결정적 요인은 특정 문구 하나 때문이다. 정부는 리콜계획서에 디젤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 문구 삽입을 요구하는 반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이를 거부하면서 그동안 끌어온 모든 리콜 준비과정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환경부가 리콜계획서에 ‘임의설정’을 명시하도록 지속 주장하는 이유는 향후 벌어질 법적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 표현이 문건으로 남는다면 나중 소송이 진행돼 재판이 열렸을 때 문서 상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서 리콜명령 위반을 이유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임의설정’ 문구를 넣는 것은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지 문제가 된 차량을 회수해 결함을 시정하는 기술적 부분과는 크게 연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환경부도 독일 본사에서 공수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3번째 리콜계획서마저 반려시키면서 리콜을 진행하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그룹이 미국에 제출한 수준의 리콜계획서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리콜계획서에는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하는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본지에 “현재로서는 미국에서도 재판이 진행 중인 부분으로 현재 당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며, 또한 (최종합의서가 나오는)6월 21일까지는 함구령이 내려져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그룹 본사 최고경영진이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하고 물러났는데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리콜계획서에 ‘임의설정’ 문구를 넣지 않는 것은 리콜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리콜을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리콜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해당 차주들도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각종 폴크스바겐, 아우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점점지쳐간다’. ‘리콜이 되던가 해야 차를 바꾸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답답하다’ 등의 불만들이 속출하고 있다.

4400여명의 소송인단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 측은 환경부가 리콜협의를 중단하고 자동차 완전 교체 혹은 환불명령을 내리라고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환경부는 사실상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에 명시된대로 하면 환불은 명백히 요구할수 없다. 리콜을 계속 추진할 것이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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