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주말 위협, 유명무실 미세먼지法 ①] 2시간 지속돼야 주의보 발령…현실성 없는 법안 수두룩
-한국법제연구원 보고서…경보체계ㆍ부실한 조례 등 지적
-한국 미세먼지 기준 WHO 기준보다 2배 관대…개선해야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현일 기자] 지난 10일 오후 경기 17개 시ㆍ군에 오존주의보가 발령했다. 공기가 좋지 않았다.

11일 들어 공기 질은 개선됐다. 미세먼지 농도 역시 개선됐다. 10일 오후부터 대기 확산이 원활히 이뤄져 미세먼지 농도는 낮아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미세먼지에 대한 주의는 기울여야 한다. 주말이면 더 심해지는 미세먼지 때문에 실제 이날 주말 나들이객 중엔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많이 보였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은 미세먼지가 시간당 평균 농도 200㎍/㎥를 초과해 2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 ‘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하도록 돼 있다. 시간당 400㎍/㎥를 초과해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경보’가 발령된다.

이는 주민들이 최소 2시간 이상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에 노출되고 나서야 비로소 실외활동 제한 등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말을 매번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는 2시간 지속돼야 주의보가 발령하는 등 현실성 없는 법안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서울 시내 미세먼지 관련 이미지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원)이 발간한 ‘미세먼지오염 저감을 위한 대기관리법제 개선방안 연구(현준원 연구위원)’ 보고서는 이에 대해 “국민이 사전에 충분히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경보발령이 돼야 하는데 현행 대기오염경보제도는 이미 환경기준을 상당히 초과한 수준의 오염이 일정 정도 계속됐을 때 비로소 발령되고 있다”며 그 한계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존의 경우 ‘주의보’, ‘경보’에 이어 ‘중대경보’까지 발령할 수 있지만 미세먼지는 ‘중대경보’ 자체가 없다.

‘경보’가 발령되면 각 지자체는 주민들의 실외활동과 자동차 사용 제한 등을 권고 내지 요청 정도만 할 수 있다.

반면, ‘중대경보’ 발령 시 주민의 실외활동 금지요청, 자동차의 통행금지 및 사업장의 조업시간 단축명령 등 보다 강력한 수준의 통제가 가능해 대기오염 유발요인을 줄이고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의 한계로 미세먼지의 경우 중대경보 발령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말을 매번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는 2시간 지속돼야 주의보가 발령하는 등 현실성 없는 법안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서울 시내 미세먼지 관련 이미지

각 지자체가 마련하고 있는 조례에 대해서도 문제가 지적된다.

현재 서울 등 9개 시도가 미세먼지 예보 및 경보에 관한 조례를 규정하고 있으나 10여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내용만을 규율하고 있다. 게다가 그 내용도 ‘대기환경보전법’이 정하고 있는 내용을 반복하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경보발령 기준을 사전에 환경기준 초과가 우려되는 경우에 발령이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오염경보는 오염이 진행되고 난 이후가 아닌 사전적으로 정확한 예보에 기반하여 발령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경보’ 발령이 가능하게끔 경보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 비해 유독 관대한 우리의 대기 환경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4시간 평균을 기준으로 미세먼지가 50㎍/㎥(세제곱당마이크로그램), 초미세먼지가 25㎍/㎥을 넘어선 안된다고 보고 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더 엄격해서 하루는 25㎍/㎥, 연간 평균치 10㎍/㎥ 이하를 권고한다. 그 이상의 농도에 노출될 경우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ㆍ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과 캐나다ㆍ호주 등 주요 선진국도 WHO의 기준과 비슷하거나 더 강한 기준치를 적용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24시간 기준으로 미세먼지는 25㎍/㎥, 초미세먼지는 15㎍/㎥ 이하만 허용하고 있어 전세계에서 대기질에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의 미세먼지 관련 환경기준을 살펴보면 미세먼지는 24시간 평균 기준 100㎍/㎥, 초미세먼지의 경우 50㎍/㎥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연간 평균치는 미세먼지가 50㎍/㎥, 초미세먼지는 25㎍/㎥로 제한한다. 이는 중국의 미세먼지 기준치보다는 다소 엄격하지만, WHO 기준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관대한 셈이다.

현 연구위원은 미세먼지 오염저감을 위해 ▷수도권 외 지역 대기오염 물질 총량관리제 시행 검토,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의 농도와 이에 포함된 위해물질 파악 위한 측정망 확대, ▷도심지역 환경지역 설정운영, ▷대기오염 수준이 높은 지역 지방환경청 추가 설치 등을 제안했다.

현 연구위원은 “환경기준은 관련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기준점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약한 환경기준은 약한 관련 정책의 수립으로 연결된다”고 꼬집었다.


bigroo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