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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물의 현상 데이터로 해석…“미래도 이미 데이터에…”
사주도 오랜세월 축적된 데이터…정치권·공공부문 비효율성 타파론 내세우는 천영준 교수


수 십년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창업자가 신입사원을 뽑을 때 면접위원으로 역술인을 배치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창업자는 불확실성을 염두에 뒀다. 그룹 내 신입사원 채용 방침이 명확했음에도 역술의 도움을 받았다.

이런 경향은 현재도 다르지 않다. 기업ㆍ정치권을 불문하고 역술의 존재가치는 여전하다. 역술시장의 규모는 6~7조원에 달하는 걸로 추산된다. 10년 전의 1조7000억원보다 껑충 뛴 것이다. 실력과 아울러 ‘운(運)’을 생존경쟁을 헤쳐나갈 요인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서다. 
최근 '일상의 빅데이터화'를 이야기하며 가주, 공간심리, 미술, 사진 등 다양한 유형의 자료들을 데이터화하고, 과학적으로 해석해 주목받는 연구자가 있다. 적지 않은 경제인들과 정치인들의 의사결정에 조언도 하고 레포트도 제공한다. 천영준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주(四柱)도 성분이 있다…데이터 통한 분석도= 천영준 박사 주변 인물들은 '다양한 유형의 통계와 데이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는 오랜 세월동안 평가절하돼 왔던 '한의학, 풍수지리, 관상, 사주' 등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천 박사는 "점과 사주는 다르다. 점에는 주관적인 요수가 다수 포함돼 있다"면서 "사주에는 음양오행과 인간의 성격, 환경 등과 관련된 기본 전제가 있고, 이것들이 통계적으로 결정되는 분야"라고 설명한다. 또한 "위험 사회인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주팔자가 갖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막연하게 미래 예측이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 보고, 주변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행동을 추정할 수 있고, 그 합이 이뤄지면 사회가 되는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사주가 지닌 의미는 매우 크다”고 했다.

사주에 관한 관심이 식지 않는 건 사회적으로 불확실성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그는 분석한다. 천 박사는 “역술 시장 규모가 10년 전 대비 5배 이상 커진 건 사람들이 그만큼 불안하니까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사주를 보는 영향”이라며 “신점에 비해 사람의 성질을 데이터로 보여주니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SNS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등 데이터는 매우 다양하다. 동양의 경우 오랜 시간동안 축적돼 온 데이터가 사주”라며 “이에 관한 연구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해 공부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천 박사는 숱한 최고결정권자들의 판단을 지켜본 결과, 사람에 대한 의심도 많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임직원 채용 때 사주를보고 뽑는다든가, 인사 단행ㆍ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사주에 기대는 부류가 적지 않다고 했다.

천 박사는 “사주 역시 과거로부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통계가 모든 사회현상을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차범위란 게 있기 때문”이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계를 통해 해석하는 만큼 좀더 객관적이고, 명확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회 현상들을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해결할 때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습관 통해 사람성향 분석 ‘데이터’化…의사결정시 긴요=그는 왜 사주와 빅데이터에 천착하게 됐을까. 천영준 박사는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요즘 말하는 인문학적 소양, 즉 독서가 개인적인 취미”라고 했다. 책 속에서 얻은 다양한 지식과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얻게 된 경험들은 그에게 모든 현상을 분석하는 데 있어 명확한 기준을 알게 해 주었다고 한다. 모든 현상은 데이터를 근간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혁신이나 생태계라는 건 결국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며 “어떤 사회현상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심리적 동기는 무엇인지, 왜 그 사람들은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천 박사는 사회심리학, 경제학 등을 공부했지만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파악하고,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빅데이터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는 “산업현장에서 많은 경영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축적된 경험들은 곧 데이터였다. 이 데이터로 좀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냐를 고민했다”며 “결국 사람들의 행동이나 결정들을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좀더 효과적으로 해석하느냐가 중요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천 박사는 “규정에 얽매이지 않은 객관화된 데이터는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며 “자기 객관화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만 결국 사람들의 행동이란 게 습관이고, 사회구조적인 배경과 무관치 않는 만큼 자신의 행동을 제3자적 관점에서 객관화를 시키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공공부분 비효율성 심각…데이터화가 관건=천 박사는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경험에 비춰볼 때 유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가장 약한 곳이 정치권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정세분석과 특정정책, 인물에 대한 여론조사 분석을 빅테이터를 기반으로 해석해 레포트로 작성해 몇 분에게 전달한 적이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고 있다’, ‘내 진면목을 몰라준다’는 식으로 억울해 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정치의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는 내부에서의 이해관계 조정에 굉장히 치우져 있고, 그러다보니 정치인 본인이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게 필요한데 이 대목에서 굉장히 게으르고, 분석하려는 의지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은 객관성을 유지하는 만큼 여기에 개인적인 경험, 감정, 습관 등 주관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줄 것이냐가 고민이라고 그는 말했다.

천 박사는 “국내 의사결정권자들 상당수가 주관적인 측면에 의지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면서 “기업은 매출이란 목표가 명확한 곳이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자들이 빅데이터를 통한 보고서를 지원받고, 사업에 대한 재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 당장은 수긍하지 못해도 중장기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공공파트”라고 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상당수 공공기업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비효율이 심각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앞으로의 포부=그래서 그는 최근 공공파트 비효율성 개선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래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한 수익시장 창출 연구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데이터 연구란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내 주된 업무가 정책연구인 만큼 사회문제 해결 연구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례로 공공파트의 비효율성 해결이다. 최근 공공파트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서구사회에서는 작은 정부 개념에 가깝게 효과적으로 민영화하는 방안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정부 산하기관 또는 연구기관들의 다양한 활동을 데이터로 분류해 민영화의 필요성을 연구, 효율화하는 것이다.

천 박사는 “일부 연구기관의 경우 영수증처리를 계약직이 한다. 이를 위해 계약직이 두 세 명씩 두고 있다”며 “이 같은 비효율적인 부분은 민간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연구원들은 본업에 맡는 일에 집중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공익기관들은 예산을 기획, 집행하는 권한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기술개발 등 주요 업무는 민간에 많이 맡긴다”며 “시장변화의 속도는 빠른데 공공의 속도는 느리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ㆍ공공기관의 다양한 기능을 크게 펼쳐 데이터화해 비효율적인 업무를 적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다른 관심은 미디어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플랫폼과 연결시켜 이를 미래 콘텐츠산업으로서 수익시장으로 창출해 나가기 위한 연구다.

그는 “국내 미디어와 관련된 벤처기업들이 많지만 단기간에 수익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보니 이들 기업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 정부의 지원에만 목을 멘다는 점”이라면서 “자생적인 수익확보가 어렵다보니 공공에만 의존하고 좀비기업만 양산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의 지원이 아닌 인수합병을 통한 벤처생태계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再)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막연히 모태펀드 또는 벤처와 관련된 공공기술화를 위한 자금이 있는데 무조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해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이들 기업들이 향후 3~5년 안에 수익 확보가 가능한가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 그게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ICT, 벤처 등 소위 국가의 혁신역량들과 관련된 산업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반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 박사는 “중소업체의 경우 실질적인 원천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그냥 이미지를 팔거나, 아니면 굉장히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일부 기회주의자들의 행동들로 인해 투자를 못받고 있다”면서 “이 같은 난제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풀어나가야 될 것이냐 등을 기술경영 차원에서 전파하는 게 또 다른 화두”라고 밀했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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