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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세계 ‘여성 리더십’ 상징된 스카프ㆍ코르사주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아프리카 순방 당시 그녀는 왼쪽 가슴에 얼룩말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러시아와의 숨가빴던 전략 미사일 감축협상에선 오히려 미사일 모양의 브로치를 착용했다. 협상의 중차대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신의 의지를 가장 손쉽고 명확하게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미국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ㆍ79)의 '브로치 외교' 일례들이다. 당시 올브라이트는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자 미 행정부 사상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이었다. 그는 종종 브로치를 이용해 자신의 의중을 '조용히 그리고 강하게' 전달했다. 한반도를 찾았을 때는 가슴에 태양을 상징하는 브로치를 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햇볕정책을 지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는 퇴임 후 “내 브로치를 읽어봐”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그의 브로치 패션이 다시 한번 하나의 외교 전략으로 관심을 받게 된 계기가 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중국 위안화 SDR 편입 인터뷰 당시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 계열 아이템을 사용했다. [사진=신화통신]

▶세계경제 현주소 암시하는 스카프=성공한 여성들에게 패션은 그저 잘 차려 입는 맵시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과 전략,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담아내는 중요한 수단이다. 세계적으로 각분야를 대표하는 여성 리더의 숫자가 늘면서 그들의 패션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여성 리더들이 무채색의 바지 정장 등 여성성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을 선보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과감히 여성성을 드러내며 화려한 패션을 선보이는 여성 리더들이 많아졌다.

특히나 최근 들어서는 헤어스타일, 구두, 의상 등 기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액세서리를 활용해 여러가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성 지도자들이 늘었다. 

올브라이트의 브로치 못지 않게 각광받는 패션 아이템이 바로 ‘스카프’다. 하이힐이나 명품백 등 다소 도드라질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면서도,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고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소품으로 꼽힌다. 스카프를 가장 잘 활용하는 여성 리더의 대명사가 바로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60)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다. 

그는 패션으로 세계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시기에 벌어지는 각종 국제협상의 자리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스카프 한장으로 우아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경제가 호황일 때 그는 비교적 밝은 색조의 스카프를 착용한다. 매는 법도 달라진다. 가볍게 둘렀다가, 꽃처럼 부풀려 묶는 등 다양한 연출법을 구사한다. 경제계 안팎에선 라가르드가 귀걸이나 스카프로 치장할수록 세계 경제가 ‘괜찮다’는 신호라고 분석을 하곤 한다. 안타깝게도 그는 요즘 무채색 계열의 정장과 단조로운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만만찮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중국 위안화가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됐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패션을 통해 의중을 전달했다. 붉은 색 무늬의 스카프에 빨간색 귀걸리를 착용한 그의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위안화의 SDR 편입을 미리 알아챘다. 빨간색은 황금색과 함께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라가르드 IMF 총재의 화려한 패션.

라가르드는 최초의 여성 IMF 총재로 남성 위주의 관료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받는다. 프랑스 출신인 그는 샤넬 자켓과 에르메스 백, 에르메스 스카프를 즐겨 착용해 프랑스 명품 패션의 비공식 홍보대사로 불리기도 한다. 2011년에는 미국 연예 정보지 ‘베니티 페어’(Vanity Fair)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을 만큼 본래 화려한 패션으로 유명하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스카프 활용법=라가르드가 사용하는 ‘스카프 패션’은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의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격상시킬 수 있는 유용한 장신구로 평가된다. 실제로 여성 리더들의 경영방식은 남성들보다 좀 더 부드러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진 양복을 차려입고 좀더 ‘파워풀’한 표현방식을 쓰는 남성 리더들 사이에서 여성의 ‘부드러움’은 종종 유약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역발상으로 이사회나 회의실에서 밝은 스카프를 착용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여성 리더만의 고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스카프는 우선 타인의 시선을 집중시켜준다. 여성들의 경우 자신과 상호 작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얼굴을 쳐다보는데,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향이 있다. 스카프는 관료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들의 시선을 자연스레 끌어오고 이는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선을 끌어당기는 사람이 하는 말에 더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무의식 중에 매력적인 사람이 하는 말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더 솔직하게 여겨져 설득의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스카프를 매는 사람’이라는 직관적인 캐릭터 또한 부여해준다.

스카프는 그 소재나 모양, 색깔, 매는 방법까지 다양히 선택할 수 있어 단순히 ‘스카프를 매는 사람’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적절한 스카프를 매는 것으로 옷에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까지 표현하는 고상한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

▶"튀려고 입는다(?)"=프랑스 파리의 여성 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도 어두운 색의 자켓을 입고 화려한 스카프를 두르는 대표적 여성 지도자다. 화려한 스카프로 시선을 얼굴에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는 "실크와 울로 된 스카프를 두르며 활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를 현대 미술의 본고장으로 돌려놓기 위해 파리 명품 브랜드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케링의 회장들이 사설 현대 미술관을 짓는 일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재작년엔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개관했고, 2018년엔 피노 미술관이 개관 예정이다. 이렇듯 미술의 중심지 파리를 되살리기 위해 시 관계자들과 사설 미술품 수집가들을 설득하는 일을 그는 ‘스카프를 맨 채’ 해내고 있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우리나라의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현 대한적십자사 총재)도 본인만의 패션 스타일이 확고한 여성 리더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여성스러운 패션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짧은 숏커트와 수트로 비즈니스 웨어를 즐겨 입는다. 바지를 즐겨 입어 카리스마와 활동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색깔은 빨강과 파랑같은 원색이 많고, 어두운 색의 수트를 입을 때는 큰 리본과 코르사주로 화려한 포인트를 준다. 패션 액세서리를 과감히 선택함으로 자신감을 뽐내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사용하는 아이템들은 얼핏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소화하기 힘들 수 있는 아이템이다. 


제네비브 벨 인텔 소장

제네비브 벨(Genevieve Bell) 인텔(Intel) 상호작용 및 경험 연구소 소장 또한 화려한 패션으로 주목받는 여성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패션엔 이유가 있다. 벨은 “나는 그저 어울리고 예쁘게 보이려고 옷을 입지 않는다. 튀려고 입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많은 남성들과 경쟁해야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나타내기 위해 패션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웨이 쑨 크리스티안슨(Wei Sun Christianson)도 스카프를 즐겨 두르는 여성리더다. 

웨이쑨 모건스탠리 아ㆍ태 지역 대표

여성 리더들의 패션은 그저 ‘개인의 취향’에 그치지 않는다. 영향력이 크고 미디어의 주목도가 높은 만큼 그들의 스타일은 해석되고, 재창조되고, 유행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스카프가 여성 리더들의 새로운 상징물이 되면서 구찌, 펜디 등 명품 브랜드들이 사그러들던 패션 아이템인 스카프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 또한 라가르드 총재와 웨이쑨 크리스티안슨 모건스탠리 중국 담당 CEO 등 패션 소품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여성 리더들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며, “그들만의 아이템이 남성 관료들과 차이점을 두고,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 호감도를 높여 대인관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했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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