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포토 스토리] 젊은 창업 꿈 쏘아올린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사상 초유 청년실업시대…좁은 골목 구슬땜 흘리는 젊은이
-창업 꿈 지닌 젊은이 무료 점포 임대해주는 곳에선 희망이…
-“도전은 높이 올라가는 과정이며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헤럴드경제=박현구(글ㆍ사진) 기자]아름답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 거리엔 활력이 넘친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11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의 풍경이다. 

이곳은 스타트업(창업)의 열기가 넘친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사업은 창업의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 보증금 없이 월세를 지원해 무료로 점포를 임대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11인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에 입점한 학생대표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곳이 의미가 있는 것은 요즘 우리사회의 최대 화두인 청년실업과 관련이 크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를 넘어 내집마련,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세대’, 게다가 꿈,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젊은이들의 절망이 탄식으로 내뿜어지는 배경이다.

‘이화여대 스타트업 52번가’ 표지판

100만 청년실업의 그늘은 아쉬움도 크다. 한쪽에선 청년실업 안타까움이 짙지만, 정작 중소ㆍ중견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현재 8만개의 일자리가 비어있다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온갖 노력을 쏟아 붓고 있지만 청년실업을 해결할 어떤 단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상권이 몰락한 골목에 새롭게 불을 밝힌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야경

이화여자대학교는 90년대 이전에 멋쟁이들이 예쁜 옷을 사려 많이 찾았던 학교 주변 패션의 거리가 점점 명성을 잃어가고 문을 닫거나 비어 있는 가게가 많아질 즈음, 꺼져가는 상권을 살리려 정문 바로 옆 좁은 골목의 빈 점포를 임차해 학생 창업의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인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를 기획했다. 

녹색으로 단장된 가게 입구는 보기만 해도 활력이 느껴졌다.

청년에게 창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며 예술과 문화, 기술이 결합된 청년창업 문화거리를 조성하자는 목적이다. 

성과는 컸다. 비좁은 골목길에 버려진 상점 입구를 초록색 문으로 단장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홍보팀 이정희 팀장은 “창업을 신청한 33개 팀 중 현재 이화여대 재학생 중 선별된 6개팀이 4개의 점포에 입주해 있으며 사업 품목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 패션용품과 생활용품 등이다”고 소개했다. 

JE. D는 버려지는 데님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해 재탄생시켰다. 소프트한 색감의 천 위에 화려한 보석을 접목한 독특한 감성의 포인트 액세서리를 의미한다.
마법당은 내 얼굴로 된 단 하나뿐인 도장을 만들어주는 상점이다. 우리들의 얼굴, 너의 얼굴, 나의 얼굴이 주렁주렁 도장으로 만들어져 걸려 있다. 참 재미있는 시도다.

액세서리를 파는 ‘HAH’와 ‘JE. D’, 친환경 가방을 파는 ‘위브아워스’와 ‘지홍’, 3D 스캔과 레이저 커팅기로 얼굴 도장을 만드는 ‘데이그래피’, 어린이 창의교육용 키트를 판매하는 ‘아리송’ 등의 상점이 탄생했다. 

지홍은 간결한 디자인에 영원히 소녀이고 싶은 여성의 감성을 풀어낸 가방가게다.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에코백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HAH는 패브릭과 메탈의 만남으로 탄생한 핸드메이드 제품의 액세서리 가게다.
위브아워즈는 가방전문샵으로 세련된 디자인이며 친환경제품이어서 친근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며 판매도 매우 잘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직접 매장을 운영해 자기가 번 돈으로 재정관리를 하며 세금을 내는 대표가 됐다. 이곳에 입주한 노승연(23ㆍ패션디자인과 3년) 대표는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오늘보다 내일은 몇배 더 노력하며 생활한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며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내 실험하며 직접 만들고 판매해 페이스북, 블러그, 인스타그램, 온라인 등 열 수 있는 곳은 다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아리송은 조형예술대학 영상디자인 학부생들이 ‘이화 스타트업52번가’에 모여 시작됐다. 어린이들의 창의 교육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 및 크래프트 키트를 연구개발 중이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오티스타는 ‘자폐인과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문구대로 자폐인들이 디자인한 다양한 제품들이 가게를 환하게 채우고 있다. 우리들 생활에 필요한 여러가지 문구류, 머그컵, 도자기, 사진 액자, 텀블러, 핸드폰 케이스, 감사카드, 장식품 등이 있는데 색상과 디자인이 매우 뛰어나다.

오늘도 뉴스에는 청년(만 15~29세) 실업률이 고공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청년실업 극복에 대한 당장의 해법은 안보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는 그 가능성을 입증해줬다. 이화여대로 52번지에서 대한민국 청년창업의 신시대가 열리고 있다.

phk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